"제 딸이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외사촌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는데 사건이 반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어 답답합니다."(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외사촌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반년 가량 수사가 지연되면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3일 국민청원에 호소글을 올렸다. 해당 사건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의 단독보도인 <[단독] 강남 유명 병원장 아들 성추행 고소…경찰의 황당 대처>로 알려진 후 강남경찰서 담당수사관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관 교체만 이번이 3번째다. 피해자 A양(17)의 아버지는 새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 또다시 피해내용을 A양에게 캐물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A양은 2019년 어머니와 외삼촌 집에서 머물던 중 외사촌 오빠로부터 추행을 당했다. 외사촌 오빠는 자고 있는 A양의 방에 몰래 들어와 추행했고, A양은 피해 사실을 어머니와 외삼촌에게 알렸다. 하지만 어머니와 외가 가족들은 '같이 살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식으로 대해왔다.
A양은 피해 사실을 친한 친구 정도에게만 알리고 홀로 마음고생을 하던 중 지난해 11월 성수대교 남단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해당 사실은 이혼으로 떨어져 살고 있던 아버지에게 알려지게 됐다. 피해사실을 인지한 아버지는 딸과 함께 지난해 11월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사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담당수사관이 교체됐다.
교체된 수사관은 가해자 조사 보다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구 등에 수시로 피해사실을 물으면서 A양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과정에서 사건이 교내에 알려지면서 '2차 피해'까지 당한 상황이다.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와중에 교내에 소문까지 퍼져 A양은 등교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A양의 아버지는 "가해자는 성추행 사건을 전면 부인하고 ‘거짓말 탐지기’와 ‘대질 신문’ 모두를 거부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놔 두고 고등학교 3학년인 제 딸에게 수시로 전화해 '사촌 오빠랑 사이 좋게 지낸 적 없니?', '사건 이후 사촌 오빠 방에 들어 간 적 없니?', '몇 번이나 들어 갔니?' 등을 묻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경찰이 정상적 사고를 갖고 있다면 사건 이후 '또 다른 성추행은 없었는지', '성적 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행동은 없었는지', '음란물을 같이 보자는 등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행동은 없었는지' 등을 물어보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과 아버지는 해당사건의 빠른 수사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아버지는 "제 평생에 '국민청원' 한번 안하고 살 것 같았는데 이런 억울하고 답답한 일을 겪고 보니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며 "고소한 지 반년 가까이 되도록 강남경찰서 책상 서랍에 잠자고 있는 이번 성추행 사건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글을 마쳤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