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안 깎아줘도 불티…현대차·기아 美서 78% 더 팔렸다

입력 2021-04-02 17:40
수정 2021-04-09 18:22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17~2019년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2016년 142만2603대까지 늘었던 미국 판매량은 연간 120만 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지 딜러 사이에서는 “무리한 프로모션이 없으면 차가 팔리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현대차·기아의 주력 제품이던 소형 및 중형 세단이 미국 시장에서 안 팔리면서다.

분위기는 지난해 바뀌기 시작했다. 공격적으로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자리를 잡은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글로벌 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꾸준히 공장을 돌린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UV 브랜드로 자리매김 현대차·기아의 상승세는 올 들어 더욱 거세졌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77.8% 증가했다. 1등 공신은 SUV였다. 현대차 및 기아의 SUV 판매량은 9만301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0.4% 늘었다. 팰리세이드(9184대), 코나(1만416대), 셀토스(6497대) 등 SUV 모델은 출시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투싼(1만5744대)과 싼타페(1만1538대), 스포티지(9471대), 텔루라이드(8591대) 등도 꾸준히 팔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최근 SUV 품질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고, 그 결과 ‘SUV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도 현대차와 기아를 더 이상 저렴한 세단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좋은 SUV를 파는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도 인지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판매량은 300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1.2% 늘었다.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가 1636대 팔리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GV80는 프로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주행 중 차량 전복 사고를 당했음에도 내부가 거의 파손되지 않아 주목받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8.5% ‘대박’ 1분기 판매량을 놓고 봐도 현대차·기아는 경쟁사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미국에서 각각 17만5352대, 15만955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30.1%, 15.7%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증가율은 22.8%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 기간 3.7%, 포드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한 스텔란티스는 5.1% 성장했다. 일본 도요타(21.6%) 및 혼다(16.2%)와 비교해도 증가폭이 컸다.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8.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2019년 점유율이 7%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까이 커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다 GV70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가 추가 출시될 예정이다. 아이오닉 5와 EV6 등 전용 플랫폼 전기차도 미국 시장 공략을 시작한다.

올 1~3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 해 미국에서는 약 1600만 대의 차량이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는데도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차량 가격도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