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분쟁 패배한 '3자연합'…15개월 만에 각자도생

입력 2021-04-02 17:32
수정 2021-04-03 01:38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사진)과 분쟁을 벌여온 3자 주주연합이 공식 해체됐다. 2019년 1월 말 3자연합이 구성된 지 15개월 만이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면서 3자연합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은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이 지난 1일 종료돼 상호 간 특별관계가 해소됐다고 2일 발표했다. 3자연합은 지난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포기하면서 경영권 분쟁 종료를 예고했다.

3자연합은 한진칼 지분 40.41%를 보유하고 있다. KCGI가 17.54%, 반도건설이 17.15%, 조 전 부사장이 5.71% 등이다. 이에 맞선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6.66%, 산은은 10.66%다. 산은은 사실상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인 조양호 전 한진칼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생인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월 말 KCGI·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구성하고,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3자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가결되면서 첫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3자연합의 공세는 계속됐다. 지분율을 46%까지 늘린 3자연합은 당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4%)을 앞서며 조 회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산은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산은이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사실상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3자연합은 한진칼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기각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다. 특히 산은이 투자 전제조건으로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3자연합의 주장도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의 증자 참여로 현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면서도 “앞으로도 주주로서 견제와 감시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당장은 엑시트(자금 회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익 실현을 위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11월부터 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KCGI는 30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칼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5만7400원이다. KCGI의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3만원 중반대다. 반도건설의 보유지분 평가이익은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