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이 시멘트 공급 절벽 초래한 원인"

입력 2021-04-02 17:14
수정 2021-04-03 01:26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면서 시멘트업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이 ‘공급 절벽’을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한 달로 예정됐던 생산설비 보수 일정이 이 같은 규제로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시멘트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겨울철 비수기에 맞춰 정기 대보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년과 달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작업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한 작업 매뉴얼 변경 등 공사 현장의 여건 변화, 친환경 생산설비 확충 등으로 보수 기간이 늘어났다”며 “제조설비 가동 시간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물량의 30~50%가량을 내수로 전환하고 생산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공급 차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건설 공사가 중단되는 겨울철 비수기에 매년 대보수를 한다. 주로 시멘트공장 주변 하청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여서 올해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통상 한 달 안팎인 대보수 기간이 올해는 한 달 반에서 두 달 가까이 연장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과거처럼 하청업체 직원들이 야근과 주말 특근을 할 수 없게 됐고,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도 불가능해지면서 보수 일정이 하염없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업체들이 현장 적용을 위해 작업 방식을 바꾼 영향도 컸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작은 인명 사고라도 나면 대표이사가 구속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업체는 위험한 작업은 무조건 연기하고, 야간 작업도 중단한 상태”라고 했다.

유통 과정에서도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시멘트협회는 “성수기 철도 운행을 확대해야 하지만 주 52시간제와 주 5일제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 한일 아세아 등 주요 시멘트업체 대부분이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현재 시멘트업계는 하루 15만t을 생산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는 20만t이다. 이 때문에 시멘트공장 앞에선 시멘트운송차량(BCT) 수십 대가 물량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일부 레미콘공장 공장장들이 시멘트공장을 방문해 물량을 더 달라며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