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 방침을 철회했다. 사건 당시부터 천안함이 좌초됐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재조사를 해달라던 신상철씨의 진정을 각하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재조사 결정을 내렸던 위원회가 뒤늦게 관련 사실이 공개되고서야 여론을 보고 결정을 철회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진정인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 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9월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신씨의 진정을 접수해 사전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해 12월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진정 접수 당시 신 씨가 ‘사망 사건 목격자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날 뒤집었다. 신 씨는 2010년 사건 발생 직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전신) 추천 몫으로 민·군 합동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전사자 유족들은 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재조사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이인람 위원장에게 조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정부의 재조사 결정 방침이 알려지며 생존장병들과 전사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은 1일 자신의 SNS에 “나라가 미쳐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도 “대통령 직속 기관이 음모론자의 진정을 받아들여 진상조사를 결정했다는데 위원회를 방문해 대통령이 말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에 반대되는 결정을 한 이유를 듣고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재조사 방침을 결정한 위원회가 이제서야 진정을 각하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조사 결정은 지난달 31일 모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서야 처음 공개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진정 접수 후 사전조사까지 거친 뒤 재조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나서야 유족 반대를 들어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