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오늘은 환율에 대해 알아봅시다. 환율은 금리, 주가와 함께 돈의 시세와 흐름을 알려주는 3대 시장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늘 그랬듯 전교 1등 명한이가 환율에 대해 설명해볼까요.
▷현명한=환율이란 외국 돈과 우리나라 돈을 바꿀 때 적용되는 교환 비율입니다. 미국 1달러에 원화 1000원이라면 원화 1원일 때 미국 달러 0.001달러로 교환되죠. 쉽게 말해 외국 돈에 대한 한국 돈의 값어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좋아요. 꼭 우리나라 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각국 통화 간 교환 비율이라고 보면 돼요. 환율은 ‘원·달러’ ‘원·유로’ ‘엔·달러’처럼 비교 대상을 묶어 함께 표기하죠. 달러당 1000원에서 1100원으로 변동되면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는 원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떨어졌음을 의미하기에 ‘원화가 (평가)절하됐다’는 말과 같은 뜻이에요. 환율이 내리면 원화는 (평가)절상이 되고요. 그러면 시장에 민감한 고수가 환율이 왜 변하는지 말해볼까요.
▷왕고수=가격이 변하는 것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죠. 최근 환율이 소폭 내리는 추세여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주식을 사뒀답니다. 하하.
▷선생님=그렇군요. 세계 각국의 돈이 거래되는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돼요. 한국 외환시장 규모는 지난 2월 기준 원·달러 거래량이 하루 90억달러 정도입니다. 고수도 말했듯이 환율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금리, 주가 등 여러 경제변수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수출이 잘돼 달러를 많이 벌면 환율이 떨어지고(원화가치 절상)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 시중에 원화가 넘치면 환율이 오르는(원화가치 절하) 식이죠.
▷신중한=선생님. 미국이 우리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는데요. 환율 조작이 가능한가요.
▷선생님=중한이가 또 좋은 질문을 했네요. 예전에는 국가 간 통화 비율이 변하지 않았어요. 금(金)의 일정량에 각국 화폐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교환 비율을 고정한 거죠. 이를 금본위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많은 국가가 금본위제에 벗어나 각자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며 국가 간 분쟁이 생겼어요. 자국 통화가 평가절하되면(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돼 국제수지가 개선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미국이 44개국의 대표를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초대해 금 1온스(28.34g)에 35달러로 고정시킬 테니 각국은 이를 기준으로 자국 환율을 고정하자고 했어요. 이를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베트남 전쟁 등으로 돈이 필요해지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금과 달러의 교환 중단을 선언하며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됐어요. 결국 1976년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각국이 환율을 자유롭게 변동하자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답니다. 이를 ‘킹스턴 체제’라고 부릅니다. 환율의 역사를 알겠죠.
▷학생들=네, 알겠습니다.
▷선생님=하지만 변동환율제는 경제가 발달한 주요 국가가 채택한 제도입니다. 상당수 국가는 아직도 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어두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환율 변동으로 경제가 휘청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달러=3.75리얄 등 중동 산유국들이 1970년부터 미국 달러와 자국 통화 환율을 고정하고 있는데 이를 ‘달러 페그(peg)제’라고 합니다. 페그는 무언가를 고정시키는 ‘말뚝’ ‘못’의 뜻이죠.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189개국 가운데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곳은 34.3%입니다.<표 참조> 물론 고정환율제도 어느 정도 변동을 허용하느냐, 변동환율제도 완전 허용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까지 하루 환율 변동폭(상하 10%)을 제한하다가 IMF 요구로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꿨어요. 하지만 미국은 우리 정책당국이 통화량 등 여러 수단으로 원화가치를 다소 낮게 유지한다고 의심하고 있죠.
▷명석해=선생님. 환율이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국가 간 통화가치 비교가 어렵잖아요.
▷선생님=학생회장 석해의 말이 맞아요. 그래서 환율도 겉으로 표시되는 명목환율과 두 국가의 물가 수준 차이까지 감안한 실질환율로 나누기도 하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로 국가 간 환율 수준을 측정한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빅맥 가격은 4500원, 미국은 5.71달러인데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00.95원이었습니다. 이 환율을 적용할 때 한국 빅맥은 3.75달러로 원화가 적정 환율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한국과 미국의 빅맥 가치가 똑같다고 본다면 약 789원(4500/5.71)이 우리의 적정 환율이라는 얘기입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①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장단점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을까.
② 환율이 금리, 물가, 주가, 국제수지 등 여러 경제지표와 영향을 주고받는 점을 감안하면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③ 세계에서 달러화가 사용되지 않는 외환거래 비중이 10% 남짓일 정도로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세계 각국에서 주로 통용되는 화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국경 없는 디지털화폐’인 비트코인이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