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떨고있나…수에즈운하 당국 "1조 배상 요구할 것"

입력 2021-04-02 07:34
수정 2021-04-02 07:36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 좌초 사태와 관련, 사고 선박의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과 에버기븐호의 선박소유주(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 중 한 곳은 이집트 당국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CSA) 청장은 이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이집트의 평판이 손상돼 마땅히 배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배상금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비 청장은 "배상 액수는 운송료, 준설·인양 작업으로 인한 운하 파손, 장비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한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이집트 측 피해에 한정된 것으로, 정확한 글로벌 물류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 이후 운행 통행이 막힌 시점부터 운행이 재개될때까지 통행 마비 피해를 입은 선박들에 통행료 할인을 진행됐고,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가 15척 화물선을 희망봉 항로로 바꾼 탓에 피해규모는 이보다 커져 1698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24시간 근무체재로 뱃머리가 묻힌 제방 흙 제거 작업에 투입된 현장 인력 약 180여 명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2000여명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펼쳤는데, 이후 제방 복구 등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피해 규모는 늘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 수에즈 운하 당국이 어느 곳에 배상금을 청구할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만 에버그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보상금 지급을 요구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일본 '쇼에이 기센'은 구에즈운하관리청이 배상 문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라비 청장은 이날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 최소 1주일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날짜를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빨리할 수 있거나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조사는 최소 1주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모든 사고 환경을 분명히 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문서뿐 아니라 항해 데이터 기록 장치의 정보도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집트는 전날부터 에버 기븐호의 좌초 원인을 찾기 위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좌초 원인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선박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선박관리(BSM)는 지난 29일 "1차 조사 결과, 강풍으로 인해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나 엔진 고장을 좌초 원인에서 배제했다.

반면 라비 청장은 "바람의 영향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 아니"며 "기술적 또는 인간의 실수가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에버 기븐호에 탑승한 운하 도항사 2명은 고위급이고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며 운하 당국의 실수도 부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인양과 보수 작업 비용은 물론 에버 기븐호 좌초로 항해가 지연된 다른 선박 손실의 배상 주체가 정해질 전망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수에즈운하에는 매일 96억달러 규모 상품이 오간다.

앞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의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23일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하면서 운하의 통행이 마비됐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 총톤수 22만4000t의 대형 선박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1일 총 163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 통항 재개 후 거쳐 갔으며 현재 292척이 대기 중"이라며 "좌초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한 선박은 약 422척에 달했다"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