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조 굴리는 '큰손' 한은, ESG 부실기업 투자 중단 검토

입력 2021-04-01 17:36
수정 2021-04-02 01:22
한국은행은 앞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부실하다고 평가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 중단도 고려 중이다. 한은의 이 같은 방침은 민간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자산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ESG 부실기업 자산을 외환 위탁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적용 원칙 및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외국에서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외화자산은 4301억달러(국제통화기금 포지션·금·특별인출권 제외) 수준이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중 9위에 해당한다.

한은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에 따라 ESG 부실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앞으로 투자를 자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SG 부실기업은 세계 최대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ESG 등급을 기준으로 선별한다. MSCI는 기업 경영 현황을 평가해 ESG 등급을 AAA부터 CCC까지 7개로 매기고 있다.

한은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본격 채택하면 MSCI ESG 최저등급(CCC) 기업 주식·채권 등은 외자운용원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스웨덴중앙은행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추진을 선언했고, 한은은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이 전략을 채택하는 중앙은행이 될 전망이다.

한은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과 반대로 ESG 우수기업 자산을 더 매입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54억5000만달러 규모인 ESG 자산을 더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화자산 운용액과 관련해 ESG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따라 MSCI ESG 최고등급(AAA) 기업 채권·주식을 더 사들이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발행하는 그린본드(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 등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