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장세가 시작된 분위기다.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돈의 힘’이 떨어지자 실적 개선주로 투자자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성장주는 조정받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실적주는 크게 오르고 있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로 작년 1, 2분기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실적 개선주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분기에 영업이익률이 크게 오를 자동차,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의 수출 소비재와 보복 소비 수혜를 보게 될 화장품·의류·면세 업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다. 2분기 영업이익 57% 증가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79개 상장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38조1385억원이다. 코로나19 피해로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24조2642억원보다 57% 많다. 2분기가 가까워질수록 증권업계가 기업 실적을 올려 잡으면서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새 2.49% 늘었다. 2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76%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 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힘도 유동성에서 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인플레이션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기업 이익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2분기부터 글로벌 증시가 실적 장세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도 지속돼 성장주보다는 당장 실적을 내는 가치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금리가 오를 때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회수하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리는 성장주보다 시간이 짧게 걸리는 가치주가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가치주가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망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지수가 2800~3200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4월까지는 지수가 조정받거나 횡보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예상이다.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을증권업계는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좋은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1분기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까지는 1분기에 영업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운송, 기계 등 산업재 주가가 많이 뛰었다”며 “2분기까지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아지는 업종은 철강을 제외하면 아직 주가가 덜 올랐다”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될 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늘어나는 수출의 수혜를 보는 종목이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낼 전망이다. 자동차, 반도체, IT 하드웨어, IT 가전 등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동시에 톱픽으로 꼽은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6.0% 늘어날 전망이다. 기아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744.6%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민감 수출주 중에서도 조선, 건설, 화학 같은 산업재보다는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소비재가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 정책이나 백신 접종 속도를 고려하면 2분기에는 중국보다 미국의 소비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신흥국과 연동되는 자본재보다 선진국과 연동되는 소비재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피해주 화장품·면세점에 주목화장품, 의류, 유통주도 관심 대상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휴대전화 등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판매액이 월평균 10~30% 늘었지만 의복과 화장품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며 “내구재는 다시 사려면 4~9년이 걸리므로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소비는 화장품, 의류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이 톱픽으로 꼽은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할 전망이다. 3개 증권사가 동시에 추천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과 면세점, 카지노주도 추천 종목에 올랐다. 2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호텔신라는 3개 증권사가 동시에 추천했고, 대한항공, 신세계, 강원랜드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