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3년 전 LG가 판 엘비루셈, 10년 만에 최대 영업익…올해 IPO 흥행 예고

입력 2021-04-01 10:08
≪이 기사는 03월31일(08: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엘비세미콘이 3년 전 (주)LG로부터 인수한 엘비루셈이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기업가치도 인수 당시보다 3배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비루셈이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구주 매출로 투자금 일부를 높은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비루셈은 지난해 매출이 2098억원으로 전년보다 23.6% 늘었다.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같은 기간 18.5% 증가했다. 매출은 2014년(3648억원) 이후, 영업이익은 2010년(286억원) 이후 최대다.

드라이브 집적회로(IC)와 광케이블(AOC) 커넥터 등 평판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엘비루셈은 2004년 (주)LG와 일본 라피스반도체 합작사로 설립됐다. 당시 이름은 루셈이었다. LG그룹 부품사로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늘려나갔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고, LG디스플레이도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루셈도 실적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2016년 매출은 1260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에 불과했다.


(주)LG가 부가가가치가 낮은 사업을 접는다며 2018년 2월 루셈을 매각할 때 범LG가(家)인 LB세미콘이 이를 사갔다. (주)엘비(LB)를 중심으로 LB인베스먼트, 엘비세미콘 등을 거느린 LB그룹은 구인회 LG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전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때 LG에서 계열 분리했다.

이후 엘비루셈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LG계열 부품사’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고객사를 확대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엘비루셈은 LG계열인 실리콘웍스 외에도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회사들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바탕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황이 살아난 점도 실적 개선세를 이끌었다.

엘비세미콘은 엘비루셈 지분 68.0%를 75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100%에 대한 가치는 1104억원이다. 현재 기업가치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순이익 171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20배만 적용해도 3400억원 규모다. 3년 전 엘비루셈 매각 당시 PER이 2017년 19.7배이며, 현재 모회사 엘비세미콘 주가도 증시에서 2020년 순이익 기준 PER 22.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엘비루셈은 올해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인수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늘어난 만큼 엘비세미콘이 구주 매출로 높은 수익률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엘비루셈은 엘비세미콘이 지분 68.0%, 일본 라피스반도체가 32.0%를 들고 있다. 엘비세미콘은 엘비루셈 덕분에 작년 연결 매출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