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각각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키옥시아를 사들이면 지분 15% 상당의 전환사채(CB)를 가진 SK하이닉스는 투자이익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세계 메모리 업계의 주요 기업이 세 개로 감소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수혜가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이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통제하는 키옥시아를 인수할 경우 늦은 봄께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키옥시아는 적자 누적으로 어려워진 일본 도시바가 지난 2017년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사해 만들었다. 당시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턴반도체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분 49.9%를 확보했다. 당시 기업 가치는 18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가 상장되거나 팔리면 지분 15%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 도시바는 40% 지분을 갖고 있다.
WSJ는 키옥시아의 기업가치가 3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현재로서는 인수 협상이 진전될 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인수 협상이 불발되면 올해 말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키옥시아는 IPO를 추진해오다 작년 9월 코로나19 대유행과 시황 악화 등의 이유로 연기했다.
WSJ는 키옥시아는 일본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라는 핵심 기술의 소유권을 이전해야하는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할 때 인수에는 일본 정부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미국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이며, 이 딜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반도체 제조 능력을 키우려는 미국의 계획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는 5세대(5G)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키옥시아의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키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2018년 16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됐지만 최근 300억 달러 수준까지 높아졌다. 또 마이크론의 주가도 최근 거의 두 배로 증가해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도 2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를 들여 영국 ARM을 인수했고 AMD는 35억달러에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을 90억달러에 인수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하나다. D램이 주력인 이 회사가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제조 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낸드플래시를 제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키옥시아와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운영해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