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마지막 여론조사 1등 '서울시장 당선'…"변수는 있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1-04-02 05:31
수정 2021-04-02 13:16

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실시된 마지막 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15년간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마지막 여론조사 1위가 실제 선거에서도 당선됐다. 여론조사 정확도가 올라간 동시에 판세 뒤집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오 후보가 실제 당선자가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온라인 검색량을 나타내는 구글·네이버 트렌드 지표에서도 오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지표가 오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여론조사 경계론'이 나온다. 실제 투표장에선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변수'가 남아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재보궐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처음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시장 선거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서 1위, 서울시장 됐다
…吳, 여론조사·검색량도 1위
2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5년간 치러진 5번의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우세했던 후보가 실제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2006년 지방선거 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를 51.8% 대 24.9%로 앞섰고, 실제 오 후보는 강 후보의 2배를 웃도는 61.05% 득표율로 서울시장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 전 마지막으로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는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를 50.4% 대 32.6%로 우위를 점한 뒤 실제 선거에서도 한 후보를 제치며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 전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44.3% 대 39.3%로 앞질렀고 실제 선거에서도 10%포인트 가량 앞서며 당선됐다. 박 전 시장은 2014년과 2018년에도 각각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마지막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장에서 모두 이겨 3선을 했다.

이번 선거의 경우 마지막 발표 3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는 박영선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앞질렀다. 전날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조사 결과, 오 후보는 박 후보를 2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리얼미터와 엠브레인퍼블릭 조사 결과에서는 각각 21.5%포인트, 15.4%포인트 격차로 오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최근 5번의 시장 선거 사례처럼 이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단 2010년 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여유있게 한명숙 후보를 따돌린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선거에선 박빙 승부 끝에 2만6000여표차로 '신승'했다.


단어 검색량을 나타내는 구글·네이버 트렌드에서도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특히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던 종전과 달리 최근 오 후보의 우세가 뚜렷했다.

단 이들 검색량 추이는 후보의 긍·부정 정도를 따지지 않는 단순 통계라 한계도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구글 검색량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으나, 실제 선거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겨 백악관의 주인공이 됐다. 구글 트렌드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 엇나간 예측이었다.

직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었으나 구글 트렌드에선 우위를 점한 뒤 대선에서 승리해 주목받았었다. 與·野 "뚜껑 열어봐야 안다"
학계 "변수 많아 예단 못해"여야는 이렇듯 선거 전 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를 수 있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보고 있다. 앞서가는 오세훈 후보가 낙관론을 경계하고 뒤지는 박영선 후보도 역전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단순한 수사(레토릭)는 아닌 셈이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닥에 가 보면 일정한 정도 여론조사와 조금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오세훈 후보도 유세 현장에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 투표장으로 가서 실제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학계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란 특수성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기보단 '적극 투표층'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보다 커진다.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과 서울 자치구 구청장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여당이 '조직력'을 발휘할 개연성도 높다.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첫 서울시장 선거라는 점도 종전 선거와는 달라진 점. 지지층 결집, 중도층 선거 참여 여부 등과 직결되는 변수인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보궐선거는 일반적인 선거 이론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투표율이 낮아 전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