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준비만…'靑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 선거 이후 본격화

입력 2021-03-31 15:26
수정 2021-03-31 15:33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의 공식 재판이 오는 4월 7일 재·보궐 선거 이후에야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정식 재판을 위한 준비절차만 1년여 동안 진행되는 등 사실상 헛돌던 재판은 올해 재판부가 바뀐 뒤 속도를 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3부 (부장판사 장용범·김미리·김상연)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에 대한 6회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오늘로 준비기일을 종결하고 오는 5월 10일 첫 공식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기소된 지 1년 4개월여만에 첫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그동안 해당 사건은 공판준비기일만 다섯 차례 진행되는 등 진척이 없었다.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중인 탓도 있지만, 변호인과 검찰이 기록 열람·등사 문제를 놓고서도 여러 차례 공방을 벌였다.

이날도 기록 열람 문제로 또 다시 갈등을 빚었는데, 재판부는 "쌍방의 사정으로 (본격적인 재판을 위한) 준비절차만 계속 진행됐다"며 "공소사실이 많고 피고인이 여럿이라 공소사실별로 나눠 공판을 진행해야 하는데, 검찰이 입증 순서를 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쟁점이 됐던 송병기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은 송 전 부시장 본인에 한해 전체 사본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이 사건은 원래 김미리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심리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 총 5번의 공판준비기일 절차가 진행됐는데, 모든 재판이 30여분만에 종료됐고 피고인 출석도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해당 사건이 정권에 미치는 영향이 커 재판부가 일부러 대선 이후로 사건을 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장 및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재판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에 장용범 부장판사(재판장) 등을 포함해 3명의 부장들이 함께 재판하는 대등재판부가 사건을 맡게 됐다"며 "장 부장 등은 위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든 자기 사건으로 들어오면 강단있게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은 청와대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핵심 내용이다. 수석비서관부터 행정관까지 이르는 청와대 인사들이 중앙·지방정부의 내부 정보를 선거 이전에 송 시장측에 넘겨주고, 송 시장의 경선 경쟁자의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본선 경쟁자이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해 '하명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