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車업계 6개월간 165만대 감산…르네사스 화재 후폭풍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3-31 13:03
수정 2021-03-31 13:10


일본의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릭스의 주력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생산량이 앞으로 6개월 동안 165만대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화재가 발생한 르네사스의 이바라키현 공장이 4월부터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도요타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4~9월 생산량이 165만대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31일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은 르네사스 화재 여파로 올 2분기 동안에만 일본 자동차 메이커 120만대, 해외 자동차 업체 40만대 등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160만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7%에 달하는 수치다. 르네사스가 이바라키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반도체 대부분을 자국 업체에 납품하기 때문에 피해가 일본 자동차 업체에 집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동차 제어용 반도체(마이콘) 세계 1위인 르네사스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르네사스는 화재와 생산중단으로 매출이 175억~240억엔(약 1788억~2451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이바라키 공장의 생산이 3개월간 중단됐을 때는 2010년 28.1%에 달했던 자동차 제어용 반도체 점유율이 17.0%로 떨어졌다. 해외 경쟁업체들에 고객을 뺏겼기 때문이었다.

르네사스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능력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3~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화재 수습에 1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할 전망이다. 화재로 훼손된 반도체 장비가 23대로 당초 파악했던 11대의 두 배가 넘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는 가동이 불가능해진 장비 가운데 11대는 4월, 7대는 6월까지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머지 5대는 언제 도입이 가능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도요타와 닛산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는 대리점 보유분을 포함해도 3개월분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고가 1개월치도 남지 않은 업체와 차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관계자는 "6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7월 이후는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혼다 관계자는 "4월말부터 일부 차종에서 (반도체 부족의) 영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전날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2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차량 반도체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분야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콘도 반도체 부족으로 주문 물량의 10%를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