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21)는 청바지 마니아다. 돈이 생길 때마다 쇼핑몰 무신사에서 10만원짜리 청바지를 구입한다. 하지만 이번엔 청바지 대신 단골 쇼핑몰의 주식을 사기로 했다. 소수점으로도 장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최근 그는 엔젤리그에서 10만원을 투자해 무신사 주식 0.1주를 취득했다.
직장인 B씨는 최근 마켓컬리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재택근무하면서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이라 물량을 구하기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마켓컬리 주식은 이미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는 50만원을 투자해 25주를 매입, 마켓컬리 주주가 됐다.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 기업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마켓컬리와 야놀자까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다. 하지만 장외 주식은 거래가 번거롭고 개념도 생소하다는 편견이 있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장외 주식도 ‘안전거래’상장 주식은 정부 허가를 받은 거래소인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된다. 비상장 주식은 복수의 전문 거래 사이트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38커뮤니케이션, K-OTC,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세 곳은 거래 방식이 각기 다르다.
38커뮤니케이션은 1999년 설립된 장외 주식 직거래 사이트다. 거래는 종목게시판을 통해 이뤄진다.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이 게시판에 사고자 하는 종목과 연락처를 올린다. 그다음에는 전화, 채팅 등을 통해 가격과 수량을 협의해야 한다. 이후 매수자가 돈을 입금하고 매도자가 주식을 매수자 계좌로 보내면 거래가 끝난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거래 가능 종목이 135개에 불과하다는 게 단점이다. 거래가 간편하지만 인기 있는 종목이 적어 장외 투자자 사이에서는 아직 많이 쓰이지 않는다.
38커뮤니케이션과 K-OTC의 장점을 결합한 곳이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5000개 이상의 종목을 취급한다. 증권사 중개를 통한 안전 거래 시스템을 도입해 불안을 해소했다. 매수자는 돈을, 매도자는 주식을 계좌에 넣어야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안전 거래를 중개하는 삼성증권 계좌가 있어야 한다. 거래는 간편하다. 종목 게시판에서 매도자를 찾아 가격과 수량을 협의한 다음 돈을 이체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안전 거래 시스템이 있는 다른 거래소로는 서울거래소 비상장, 유안타증권이 출시한 ‘비상장레이더’ 등이 있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의 인기 종목을 사고팔 수 있다. 매수한 종목은 증권사 계좌 자산 목록에 포함된다. 만약 투자 종목이 상장하면 자동으로 코스닥시장 또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으로 전환된다. ○장외주 공동 구매 시대일부 종목은 개인 간 직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일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기업들이다. 통일주권이란 계좌 이체, 즉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주식이다. 통일주권이 없다는 것은 주주명부상으로만 주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통일주권이 없는 대표적 기업으로 마켓컬리, 당근마켓 등이 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려면 매도자를 찾아 돈을 입금하고 수정된 주주명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처럼 양도계약서를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하고, 큰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액 투자가 어렵다.
하지만 공동 구매를 통해 간편하게 투자하는 방법이 생겼다. 장외 주식 공동 구매 플랫폼 엔젤리그를 이용하면 된다. 엔젤리그는 투자자를 모아 조합 형태로 비상장 주식을 매수한다. 조합의 지분을 매입하기 때문에 소수점 투자가 가능하다. 주주명부에는 조합 이름이 등재되고, 투자한 금액대로 조합 지분을 보유한다. ‘리드엔젤’로 불리는 대표 투자자가 주주명부를 수정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수행한다. 일반 투자자는 투자금만 입금하면 된다.
엔젤리그에서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비상장 주식을 살 수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1년간 열여덟 번의 공동 구매가 이뤄졌고, 모든 ‘완판’됐다. 최근에는 쏘카, 비바리퍼블리카, 빗썸코리아 등 인기 주식의 공동 구매도 진행됐다. ○당근마켓 주식은 어디에수요 공급의 원칙은 비상장 주식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팔려는 사람이 없는 주식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거나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당근마켓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은 종목 게시판에서 사고 싶다는 글이 끊이지 않지만 온라인에 매물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당근마켓은 회사 측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장외에 풀리는 물량을 사들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상장 전에 거래가 거의 안 된 주식이었다”고 했다.
이럴 땐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방법이 있다. 38커뮤니케이션과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에서 1 대 1 직거래가 이뤄진다. 매수 게시판에 원하는 종목과 가격을 적은 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비통일주권을 직접 매매한다면 명의개서라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명의개서는 주식명부에 성명, 주소, 소유 주식 수 등을 기재하는 작업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