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대구 '코로나 분투기'

입력 2021-03-30 17:55
수정 2021-03-31 01:29
지난해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집단 발병 속에서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구시민들과 의료진·소방관·보건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3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이경수 영남대 교수(예방의학과)와 정해용 전 대구시 정무특보는 《대구가 아프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를 지난 23일 출간했다.

이들은 대구의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일인 지난해 2월 18일 민관 공동으로 꾸려진 대구시 비상대응본부의 민관 상황관리반장을 각각 맡았던 주인공이다. 저자들은 “책 제목은 한국경제신문 2020년 3월 5일자 1면 기사의 제목”이라며 “한국경제신문은 당시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대구시민들의 모습을 기사화해 국민에게 많은 울림과 감동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코로나19의 1차 대유행을 겪은 대구가 53일 만에 확진자 ‘0’에 도달한 비결이 담겼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이 교수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당일 △신천지 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대구지역 병원장 회의 구성과 병실 확보 △신천지 교인과 접촉자에 대한 공격적 검사를 주장했다. 국내외 의학 전문가들이 발빠른 대처에 많이 놀라는 대목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역학조사반장을 맡았던 이 교수는 “메르스 지침을 의료진보다 더 잘 외우고,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교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대처였다”고 강조했다. 정 전 특보는 “오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의료계와 회의를 했다”며 “말없이 실천하는 대구시민을 보며 눈물로 매일 아침 대시민브리핑 자료를 써 내려갔다”고 회고했다.

대구에서 ‘코로나 출판’의 불을 댕긴 곳은 지역 출판사인 학이사다. 학이사는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워킹맘, 요양병원 입원환자 가족, 취업준비생 등 시민 51명의 ‘코로나 분투기’를 담은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를 지난해 4월 내놓은 것을 비롯해 25일에는 손정학 전 대구 남구 보건소 행정과장의 극복기 《등불은 그 자체로 빛난다》도 출간했다.

특히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는 3쇄 5000권을 찍었고, 일본에서 판권을 사들여 일본어로도 출판됐다. 신중현 대표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 극복에 동참한 시민들이 고마웠다”며 “지역의 출판사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가 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에서 이어지는 코로나 극복기 출판은 6·25 전쟁통에도 출판문화가 번성했던 70여 년 전 대구를 떠올리게 한다”며 “공동체에 닥친 위기를 용감하고 의연하게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과 하나가 된 대구시민들이 연대와 감사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