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서울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각각 공개한 5대 공약을 이행하는 데 올 한 해만 많게는 수조원에서 적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 후보는 소요 예산과 재원 조달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오 후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30일 박 후보와 오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재원 조달 마련 방법으로 추경을 언급했다. 박 후보는 △도시 공간과 경제 대전환 △주거와 일자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전환 △기후와 환경, 교통 대전환 △돌봄과 교육, 의료와 복지 대전환 △문화예술과 생활안전 대전환 등 5대 공약을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이행 방법, 이행 기간 등과 함께 재원 마련 방안이 별도로 표기돼 있다.
박 후보는 5대 공약 모두 구체적인 예산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재원 마련 방안 역시 ‘2021년의 경우 2020년 결산 순세계잉여금과 기존 예산 집행이 어렵거나 불요불급한 예산 등을 조정해 추경에 반영, 2022년부터는 서울시 본예산에 편성해 추진’이라고만 밝혔다. 또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2022년 예산부터 반영 추진’이라고 덧붙였다. 5대 공약 모두 같은 문구가 ‘복사·붙여넣기’ 돼 있다.
오 후보는 “2021년 추경안 통해 재원 마련”을 언급하면서 5대 공약 각각 올해 예상되는 예산 추계를 제시했다. 오 후보는 △스피드 주택 공급 △스피드 교통 △균형발전 서울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 △청춘이 밥 먹여준다 등을 5대 공약으로 꼽았다.
오 후보는 스피드 주택 공급 부문에서 올해 사업 검토 및 착수를 위해 3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피드 교통 공약에서는 공영주차장·버스공영차고지 지하화 및 공원 준공에 130억원을 책정했다. 균형발전 서울 공약의 일환으로 대방천·봉천천·도림천 수변문화공간 조성에 총 120억원, 1인 가구 공약인 폐쇄회로TV(CCTV) 확대 설치 등에 466억원, 청년 공약인 청년 월세 지원 등에 607억원 등도 언급했다.
이미 올해 서울시 본예산이 확정됐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추경을 통해 별도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서울시의회 승인 이전 기준)까지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 규모는 각각 3776억원, 2조5119억원, 3조1817억원으로 급증했다.
박 후보와 오 후보는 전날 TV 토론에서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1년 예산 재원 추계를 따져본 결과 올 한 해 동안 들어갈 예산이 15조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계산이 엉터리로 됐다”고 반박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