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에서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하면서 주택 공급량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으로 공공 주도 개발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탈락한 용산구 한남1구역 등에서 결과에 반발하고 나서 구역 내 갈등도 예상된다. 2차 후보지 ‘실현 가능성’ 초점
3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총 16곳이 선정됐다. 한강 이북은 노원구 상계3, 성동구 금호23, 종로구 숭인동 1169, 서대문구 홍은1·충정로1·연희동 721의 6, 동대문구 전농9, 중랑구 중화122, 성북구 성북1·장위8·9 등이다. 한강 이남은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양천구 신월7동-2, 송파구 거여새마을, 영등포구 신길1 등이다. 역세권이나 면적이 5만㎡ 이상인 대규모 노후 주거지가 대상이다. 16개 후보지에서 총 2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공공기여)받는 방식이다.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비 지원, 이주비 융자 등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번 심사는 지난해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 1차 후보지, 도시재생 사업지 등을 제외하고 자치구가 최종 추천한 28곳을 대상으로 했다. 추천된 곳들이 노후도 등 재개발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점을 고려하면 선정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밑돈다는 평가다. 실제 1차 후보지 선정 때와 달리 2차에서는 반대여론이 있는 지역을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강동구 고덕2-1, 고덕2-2, 용산구 한남1, 성북구 성북4는 반대여론 등을 고려해 아예 탈락시켰고 마포구 대흥5, 아현1, 용두3 등은 결정을 보류했다.
정부 관계자는 “1차 때와 달리 2차 심사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진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LH 사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락한 구역 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는 토지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반발기류도 확산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최종 탈락한 한남1구역 소유주들은 서울시에 재심을 요구하기로 하고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절반이 해제구역…85년 된 아파트 포함2차 후보지는 10년 넘게 정비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사업성과 주민 갈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 곳이 많다. 16곳 중 해제구역이 8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장위8구역·장위9구역이 대표적이다. 장위8구역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고 2010년 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주민 간 이견으로 2017년 구역에서 해제됐다. 정부는 용도지역 상향 등을 통해 아파트 2387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가운데 단일 구역 기준 최대 규모다.
서대문구 홍은1, 충정로1, 연희동 721의 6도 모두 해제구역이다. 충정로1 구역의 경우 1937년 준공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인 ‘충정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 역세권 인근으로 공공재개발을 통해 259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다만 새 아파트를 짓더라도 충정아파트는 문화시설로 보존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LH 사태로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후보지 곳곳에서 ‘공공방식 반대’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최종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설립된 곳은 50%, 신규 구역과 해제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민간 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는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유정/전형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