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적격금리 대출 금리가 2.9%로 적용됩니다."
하나은행을 방문한 회사원 임정혁(35)씨는 대출 상담을 받던 중 깜짝 놀랐다. 현재 2.55% 적격대출 금리가 2.9%로 오른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점 직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이제 적격대출의 장점이 없다"며 "보금자리론을 알아보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조언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시중은행들의 적격대출 금리가 0.35%포인트 상승한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의 금리고정형 적격대출 금리는 2.9%로 결정됐다.
한도가 소진됐던 우리은행은 추가로 자금을 내려받아 4월부터 대출을 재개한다. 농협은행도 4월 중 적격대출을 재개할 예정이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HF)가 민간 금융회사를 통해 판매하며, 최장 30년간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집값 기준은 9억원 이하 주거용 건물로, 보금자리론(6억원 이하)보다 기준이 낮다. 통상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정부 기관이 보증을 해준다는 점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한도가 소진돼 판매가 중단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분기에 대출이 초과되면서 잠정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2분기 이후 판매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적격대출 금리가 2.9%로 뛰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주택 매매 예정자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은행에서 가산금리가 올라서 적격대출 금리가 2.9%로 정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3월말 잔금을 치렀으면 매년 60만원 정도 싸게 이자를 낼 수 있었는데, 비싼 이자를 내게 되서 아깝다"고 토로했다.
적격 대출 금리가 오른 이유는 시중금리 상승 때문이다. 국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월22일 연 1.922%를 기록하면서, 2019년 4월23일(연 1.92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최근 중장기 국고채 금리 상승을 감안해 월별 금리를 금융기관에 제시한다"며 "해당 금리를 받아들일 지는 최종적으로 은행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적격 대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주택 매매 예정자는 "주택담보대출 '5년 고정금리 2.67%'를 받아 나중에 대출 갈아타기도 할까 생각했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 같다"며 "30년 고정인 만큼 일단 4월 중순으로 적격 대출을 신청해둔 상태"라고 했다.
한편 전날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83%포인트 급등한 2.063%로 마감했다. 우리나라 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간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1.77%까지 급등하면서,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