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과거 출시된 전기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형 전기차와 비교해도 짧지 않은 주행 거리와 상품성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국GM의 볼트EV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5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볼트EV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이듬해인 2016년 CES에서 이 차의 양산형 모델(볼트EV)을 선보였다. 두 번 모두 메리 배라 GM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차량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볼트EV는 국내 시장에서 1회 충전 시 383㎞의 주행거리를 내세워 2017년 약 500대 판매됐다. 2018년엔 판매량이 10배가량인 5000대 수준으로 늘었다.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2017년 북미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2017 북미 올해의 차’ 등 권위있는 상을 대거 받았다.
지난해 6월 선보인 2020년 모델은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383㎞에서 414㎞로 늘었다. 새로운 기술과 배터리를 적용한 결과다. 동급 차량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새 볼트EV는 기존 모델 대비 6㎾h 늘어난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신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효율을 높였다.
업그레이드된 배터리는 장거리 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용량이 부족하면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벼도 히터를 작동하기 쉽지 않다. 주행 가능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한국GM 관계자는 “캠핑 시 카텐트를 연결해 밤새 걱정없이 따뜻한 히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며 “장거리 여행에도 전력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충전도 빠르다. 급속충전을 활용하면 1시간 만에 전체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일부 바뀌었다. GM 쉐보레 브랜드의 특징인 ‘듀얼포드 그릴’에는 입체적인 음각 문양이 추가됐고 외장 색상 선택지도 늘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돼 인기를 끌었던 ‘이비자 블루’가 대표적이다. 볼트EV의 외관은 도심형 크로스오버차량(CUV)에 가깝다. 전기차라서 가능한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앞바퀴 중심까지 거리)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줄 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 확보에도 유리하다.
편의 기능도 다양해졌다. 주차 시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새로 적용됐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후방 카메라를 디지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불필요한 전원 사용을 제한해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저전력 모드도 추가됐다.
주행 성능을 보면 최고 204마력의 힘을 낸다. 회사 측은 “웬만한 스포츠쿠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초 미만이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도 갖췄다. 무게중심은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가 바닥에 깔렸기 때문이다.
한국GM은 볼트EV 구매자를 위해 전기차 전문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 전문 정비 기술력과 장비를 갖춘 볼트EV 서비스센터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98개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전기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볼트EV 고객에게 배터리 방전 시 최대 5년간 무제한 무상 견인 서비스(편도 80㎞ 이내)도 지원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