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에 달하는 거대한 선체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채 좌초됐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부양 작업이 성공을 거두며 정상 상태를 회복한 가운데 이집트 정부가 사고 책임을 선장에게 돌렸다.
29일(현지시간) 마하브 마미시 이집트 대통령 항만개발 및 수에즈운하 담당 보좌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가 외부의 고의적인 방해행위(sabotage)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이번 일의 책임은 배의 선장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운하는 완벽하게 안전해 모든 선박이 사고 없이 지난다. 사고가 발생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며 "선박 좌초로 인한 결과에 대한 보상과 예인선 사용료 등 모든 비용을 선주에게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집트 정부가 이번 사고 책임을 선장 및 선주로 특정함에 따라, 에버기븐호의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앞서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은 선박 사고로 이집트 측에서 하루 약 158억원(14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한편 근 일주일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에버기븐호의 인양 작업은 이날 오전부터 급물살을 타 선체를 완전히 부양하는 데 성공해 운항의 통행이 재개됐다. 밀물로 운하 수위가 2m 이상 상승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뭉친 구조팀이 예인선 10여척을 동원한 덕분이다.
이들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배를 끌어 당겼고, 오전 4시30분께 부양에 성공했다. 물에 뜬 배가 뱃머리를 돌리면서 제방에서 고작 4m 떨어져 있던 선미도 102m 이상 움직였다. 배의 항로도 80%가량 복구됐다.앞서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 국민은 오늘 엄청난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로 인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종식했다"고 했고, 쇼에이 기센은 "에버기븐호의 엔진 기능을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인양 즉히 항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시아~유럽간 최단 거리 뱃길로 세계 교역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수에즈 운하가 뚫리며 물류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이번 사고로 현재 선박 367척이 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발이 묶인 상태였다. 일부 선박들은 예인 작업이 수주간 지체될 수 있다는 전망에 아프리카 희망봉 남단을 우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전날까지 최소 15척이 9640㎞ 더 먼 항로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