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1차 면접에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알고보니 나 빼고 다 해외대 출신에 실무 경험 보유자들이었다. 그때부터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A씨(31)는 최근 한 중소기업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봤다가 떨어진 후 자신감을 상실했다. A씨와 같은 조에서 면접을 봤던 다른 지원자 3명은 해외 명문대 출신에 실무 경험을 1년 이상 갖고 있었다. A씨가 회사에 탈락 사유를 물어보니 "실무 직무에 대한 지식 부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이럴 거면 공고를 왜 신입사원으로 냈는지 의문"이라며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A씨는 당분간 구직활동을 접기로 했다.
A씨의 사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0~30대 청년층 노동 시장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채용 자체가 감소한 가운데, 해외 유학생들마저 현지 취업 기회를 잃고 대거 한국으로 '유턴'하면서 국내 취업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급상승 영향 등으로 좁아진 청년들의 취업문이 코로나19 이후 바늘구멍보다도 작아지는 모양새다. 취업문을 뚫지 못한 청년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취업자 35%↓
…유학생 '유턴'에 취업 경쟁↑
1일 한경닷컴이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취업자 수는 4400명으로 전년 대비 35.4% 급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취업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일본과 두번째로 많은 미국에서의 취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일본 취업자는 전년 대비 50.6%, 미국 취업자는 40.9% 감소했다. 호주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64.4%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국가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해외 취업자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많은 유학생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 B씨(27)가 그런 사례다. 그는 원래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을 하고 자리를 잡을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한국에 돌아왔다. B씨는 "동양인으로서 미국에서는 한동안 현지 취업이 불가능해 보였다"고 유턴 이유를 설명했다. 신입인데 '실무 경험' 따지는 '뉴노멀'
취업 안돼 쉬는 청년만 70만명 육박
유학생 유턴 현상은 20~30대 채용 시장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업들이 정기적인 공개 채용 보다 빈자리가 나면 메우는 수시 채용을 늘리는 상황에서 유턴 유학생마저 증가하자 신입 채용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신입 채용 면접장에서 '실무 경험'을 논하는 풍경이 또다른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가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2030세대 취업자 수는 청년 취업 상황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 연령대 취업자는 10년 전 950만명선 안팎에서 움직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해 최근엔 900만명대 밑으로 내려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엔 이 연령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한 882만명이었다.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전부터 최저임금 급상승 등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이 줄곧 증가세를 보여왔던 터라,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구하기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에 구직을 접는 청년들은 점점 늘고 있다. 한창 구직활동에 전념해야할 2030세대 중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가 400만명선을 넘어섰다. 2015년까지 400만명대 안팎을 오가던 이 그래프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00만명대로 내려왔지만 다시 400만명대에 진입했다. 이들 중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접어 사실상 실직자라는 평가를 받는 '쉬었음' 인구는 60~70만명 사이에서 움직여 오다 지난 1월 74만1000명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올해 청년층 고용 지표는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기와 고용은 시차가 있어서다. 지난해 경기 위축은 시간을 두고 올해 고용 지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물은 결과, 64.6%는 '한 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이 아직 없다'고 응답했다. 전년도 보다 20%포인트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은 이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신규채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청년 고용 문제, 다방면으로 國생산성 저해청년 고용 악화는 다른 연령대보다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적자본의 감소, 만혼 등으로 인한 저출산 경향 강화 등 여러 방면에 걸쳐 국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은 취업하고 난 뒤 오랜 기간에 걸쳐 생산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다른 연령의 고용보다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준다"며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실패는 지속 효과가 길고 부가가치 창출 등 장기적인 경기 순환 구조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