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의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가 현대자동차까지 덮쳤다. 코나, 아이오닉 5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1공장이 다음달 5일부터 1주일간 휴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1공장은 29일 비상회의를 열어 다음달 5일부터 13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잇달아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마저 공장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울산공장 휴업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선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가 바닥난 이후 처음이다.
울산1공장 휴업의 이유는 두 가지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전방카메라에 장착할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에 더해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의 PE모듈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PE모듈을 구성하는 모터를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겼다.
업계는 이번 휴업으로 코나 6000대, 아이오닉 5는 6500대가량의 생산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사전 계약이 대거 몰린 아이오닉 5의 차량 인도가 일부 늦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는 모터 공급이 정상화되는 대로 아이오닉 5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문제는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공장의 일시 휴업이 2~5공장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공장은 일단 다음달 3일 주말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아 화성공장도 4월에 특근을 하지 않는다. 한국GM은 특근 중단에 이어 부평2공장에서 50%를 감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동차 분야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는 극소수인 데다 제조를 맡는 파운드리 역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정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