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가 ‘여학생 불모지’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옛날얘기가 된 지 오래다. 4년제 대학에서 여자 공대생 비율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여학생들이 취업률 높은 공학계열로 몰려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섬유공학·조경학·화학공학·건축학 전공 분야에선 여학생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29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교육통계서비스에 나온 1980~2020년 공학계열 재적 학생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학생 비율은 20.1%를 나타냈다. 조사가 시작된 1980년 1303명(1.2%)에 불과하던 공학계열 여학생은 작년 11만5352명으로 처음 20%를 넘어섰다. 이미 2015년부터 공학계열에 입학한 여학생 비율이 23~25%로 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다만 전체 계열(인문·사회·교육·자연·공학·의약·예체능) 중에서 공대의 여학생 비중은 아직 낮은 축에 속한다. 의약계열(59.8%)의 여학생 비중이 가장 높고, 교육계열(59.7%)과 인문계열(57.8%)이 뒤를 이었다.
공학계열 내에서 여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전공은 섬유공학(37.4%)이고, 이어 조경학(36.3%)·화학공학(36.2%)·건축학(34.6%)·광학공학(31.1%)·도시공학(30.1%) 순이다. 반면 자동차공학(5.2%)·기계공학(8.3%)·항공학(9.5%)·전기공학(9.9%) 등 이른바 ‘장치산업’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여학생들의 공대 진학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장치산업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10개 대학(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만 놓고 보면 한국외국어대(27.8%)·경희대(23.6%)·한양대(22.0%) 등은 공학계열 여학생 비중이 전국 평균(20.1%)보다 높고, 고려대(19.8%)·연세대(18.0%)·서울대(13.0%)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