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들이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거나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일부 암호화폐의 거래를 잇달아 중지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암호화폐(가상자산)과 거래 현황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등록 해제 등에 대한 제대로된 공시가 없어 투자자의 '알권리'를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시린토큰과 퓨마페이 등 8종의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31일부터 중단한다고 지난 24일 공지했다. 거래가 중단되는 암호화폐는 시린토큰과 텐엑스페이토큰, 바이텀, 코르텍스, 퓨마페이, 퀀트, 바이버레이트, 데이터 등이다. 거래 정지가 예고된 암호화폐 중 시린토큰은 거래 지원 종료 안내 전인 22일부터 이틀간 개당 가격이 60원에서 220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80원으로 내려오는 등 가격 변동성이 극심했다. 두나무는 지난달 9일에도 기프토와 오에스티, 비트쉐어 등 3개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두나무와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 모두 최근 대시와 피벡스, 제트캐시 등 3종의 암호화폐 거래를 중지시켰다. 대표적인 '다크코인'들이다. 다크코인은 암호화폐의 송·수신자가 드러나지 않아 자금세탁 용도로 흔히 활용되는 암호화폐다.
거래소들이 법 시행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지만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 등록·해제 사유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비트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기술 지원이 부족한 경우, 낮은 유동성으로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면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의견 조회를 거쳐 거래를 중지시킨다. 하지만 ‘사용 사례가 부적절하거나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 접수되는 경우’와 같은 식으로 해제 기준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두나무는 지난 한달간 거래를 종료한 14종의 암호화폐 거래 정지 사유에 대해 "(암호화폐를 운영하는) 팀에 소명 요청을 했으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회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종류는 183종에 달하지만 거래소에서 찾을 수 있는 암호화폐 공시에는 암호화폐에 소개한 ‘백서’와 언론사 뉴스만 나열돼있다. 지난 25일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에도 공시 관련 조항은 없다. 정부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필수구비서류 중 하나로 보유 가상자산 전체에 대한 상품명, 발행처, 수량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공시 의무 조항도 없고,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조항도 마련돼있지 않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