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28일(14: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31일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상장 6개월 만에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로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02월24일(16:50) 마켓인사이트 [단독]자금 수혈 나선 카카오게임즈, 5000억원 규모 CB발행 참조≫
사채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0%다. 전환가액은 전일 종가인 주당 5만2100원으로 결정했다. 만약 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식총수 대비 12.87%에 달하는 959만6928주가 새로 발행된다. 사채의 전환청구기간은 2022년 3월 3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다. 만기일은 2026년 3월 31일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이날 "전환사채 발행 자금은 개발사 인수와 지식재산권 확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상장 때도 공모 자금을 인수합병(M&A)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CB 발행이 완료되면 적극적으로 게임회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가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딜을 단독 주관한 KB증권은 지난 달부터 잠재 투자자들과 세부적인 발행 조건을 협의한 끝에 별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제로 금리로 CB를 발행키로 했다. 투자자들이 만기 전에 상환을 청구(풋옵션 행사)하더라도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옵션도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공모가(2만4000원) 대비 두 배를 웃돌고 있는데다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전체 물량의 50%에 대해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부여했다는 데 있다. 최대주주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던 CB 콜옵션 조항을 지분 희석 방지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의 경우 사모 사채 발행시 콜옵션을 20% 안팎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최대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콜옵션 비중을 50%까지 높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픽싱 조건이 없어 주가 하락 위험을 부담해야하는데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회사 측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수익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만에 5000억원 규모를 조달했다는 것은 기관 투자가들이 카카오게임즈의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게임즈 CB의 최소 청약 한도는 100억원 이상으로 최대 50곳이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억원 이상 자금력을 갖춘 기관들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CB 발행을 완료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IB업계는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 위주의 CB 시장에서 우량 기업이 진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국내 CB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5000억원의 초대형 CB 발행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급성장하는 KB증권의 역량이 입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딜은 KB증권의 ECM 부문과 DCM 부문의 협업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CM 부문은 발행사를 대상으로 딜을 수임하고 DCM 부문은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발행 조건에 대해 자문하면서 발행사와 투자사가 모두 만족하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