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사진)가 연일 '김종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른바 '집토끼'라 불리는 진보 진영 표심은 '문재인 마케팅'을 통해, 중도·보수 진영 표심은 '김종인 마케팅'을 통해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만큼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 상황이라 이같은 '줄타기 전략'이 통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집토끼'는 文心으로 '산토끼'는 金心으로?박영선 후보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즐겨 사용하는 '별의 순간' 표현에 대한 글을 올렸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대선이라는 '별의 순간'이 윤석열 전 총장에게 다가온다는 의미에서다.
박영선 후보는 이를 자신과 결부시켰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5년 전인 2016년,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제 개소식 축사에서 '박영선 의원이 의정 활동하는 것을 보고 저분이 앞으로 큰 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적었다.
2016년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대 총선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김종인 대표는 "제가 박영선 의원과 인연이 오래된 사람"이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우리 경제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박 의원은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김종인 위원장은 박영선 후보가 자신의 발언을 인용한 사실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 : [단독] 김종인 "내가 박영선에 '별의 순간'? 그런 말 한 적 없다") 與 일각 "보궐은 지지자 결집이 더 중요" 우려박영선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앞서도 있었다. 그는 이달 12일 JTBC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출연해 "요즘 김종인 위원장이 나를 만나면 굉장히 미안해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번 여성의 날(3월8일) 행사에서 만났을 때 김종인 위원장이 '옛날에 내가 박영선 후보 서울시장을 만들려고 애썼는데 좀 그렇네'라고 했다"면서 김종인 위원장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영선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진보 진영 표심을 잡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도·보수 진영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김종인 위원장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박영선 후보의 전략에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만큼 지지세 결집에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과의 인연을 강조한다고 우리 지지층 중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면서 "결국 지지층 결집이 가장 중요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판단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