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권자 입 막는 선거법, 편파시비 자초한 선관위

입력 2021-03-28 18:22
수정 2021-03-29 00:10
서울·부산시장 등을 새로 뽑는 4·7 보궐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국민의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 선거법을 앞세워 여당에 유리한 결정을 잇달아 내놓은 탓이다. 민주화 이후 어렵게 착근(着根)한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의 선거법 적용과 관련해 이번 선거만큼 뒷말이 많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은 결정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 한 시민단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탓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추진한 ‘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을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지한 게 대표적이다. 선관위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전면적 금지’ 조치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뿐 아니라 선관위는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고무줄 결정’을 잇따라 내놓으며 따가운 시선을 자초했다. 선관위 스스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평가한 선거법을, 여당에 불리하다 싶으면 무리하게 적용했다. 반면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예정지에서 “가슴이 뛴다”고 발언한 것에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면죄부를 줬다. 교통방송(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이나 여당의 파란색 당색과 비슷한 택시 선거홍보물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넷플릭스가 서울 시내버스에 게재한 ‘민주야 좋아해!’라는 광고문구도 논란 끝에 서울시와 넷플릭스가 광고를 내리기 전까지 선관위는 애써 못 본 체했다.

선거에서 공정한 심판이어야 할 선관위가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만큼 선거 신뢰를 허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았으면 행동거지 하나, 말 한마디에 주의해야 할 텐데,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불사하는 듯한 모습에선 기본적인 공직 윤리의식마저 의심하게 된다. 선거법이 유권자의 입을 막는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선관위가 계속해서 편파 시비를 낳는다면 선거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