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국 기업이 중국에 넘어가게 생겼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은 지난 27일 “중국 사모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의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매그나칩의 전신은 하이닉스반도체다. 2004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반도체는 비메모리사업부를 외국계 PEF에 팔았다. 이 사업부는 매그나칩으로 사명을 바꾸고 201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매각이 본격화했다. 작년 3월 매그나칩의 파운드리사업부가 국내 한 PEF에 팔렸다. 이번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부가 매각된다.
매그나칩과 뿌리가 같아서일까. 매그나칩이 중국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산업계에선 ‘하이디스’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의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가 분사된 기업이다. 2002년 자금난에 시달렸던 하이닉스반도체는 하이디스를 중국 BOE에 넘겼다.
당시 3류 축에도 못 끼었던 BOE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하이디스를 탈탈 털었다.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전산망을 통합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부 빨아들였다. 이 결과 BOE는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했다. 이를 발판으로 BOE는 현재 세계 1위 LCD 업체가 됐다. 빈껍데기가 된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의 한 기업에 팔렸다.
매그나칩의 미래도 하이디스와 비슷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매그나칩의 주력 제품인 DDI는 TV·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작동시키는 핵심 반도체다. 매그나칩의 점유율은 세계 2~3위 수준으로 과거 삼성, LG에 DDI를 납품하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들은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OLED 시장을 잠식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헤드헌팅 사이트엔 ‘한국 기업의 OLED 관련 반도체·디스플레이 엔지니어를 구한다’는 중국 기업의 채용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노리는 건 매그나칩의 기술력과 노하우”라며 “매그나칩의 OLED DDI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에서 기업 간 자유로운 거래는 제한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 전략산업’에 속한 기업이 포함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매그나칩은 자사 사업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가 매각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각국은 ‘기술패권’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의 핵심적인 산업 자산을 굳이 중국 같은 경쟁국에 넘길 필요가 있겠냐”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굳이 ‘하이디스의 악몽’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