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중국이 25년간 정치·경제·무역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장기 협정을 27일 체결했다. 이란 내부에선 여론이 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당장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이란간 관계는 영구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강화됐다"고 적극 환영한 것과는 딴판이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선 중국과의 이번 협정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알자지라는 "정부 관리나 국민들간엔 중국과의 이번 협정이 과연 이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여론이 반쪽으로 나뉘었다"며 "중국과의 협정의 목적과 가치가 과연 이란의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크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과 중국 양측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각각 협정문에 서명했다.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을 방문한 이래 추진된 협정이다.
협정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의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개된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를 중국에 장기 공급하는 내용도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대신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 등에 투자할 전망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에서 이번 협정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란이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서방 세계와의 협상에 쓸 수 있는 카드가 그만큼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서방 각국의 불안감을 자극해 이를 협상 지렛대로 쓴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의 이란핵합의 복원 노력은 교착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앞서 핵합의 복귀 의사를 내비쳤고, 이란 정부도 협상 의지가 있다고 밝혔으나 양측 논의가 이 이상으로 발전하진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 협정이 이란에 중장기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에 협력 대가로 내주는 원자재나 이권이 많아서다. 알자지라는 "일각에선 이란이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작년엔 이란이 페르시아만 키시섬의 조차권을 중국에 넘긴다는 보도가 나와 이란 당국이 부랴부랴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협정 반대론자들은 협정 체결시점을 두고도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와중에 이란이 주요 자원인 석유를 중국에 오랫동안 싼값에 넘기게 됐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이미 이란의 제1교역국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이후 사실상 세계와 교역이 막히자 중국과 협력을 늘려왔다. 중국은 미국 제재 발동 이후에도 암암리에 이란산 원유 등을 대거 수입하고, 이란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중동 시아파 국가에 되파는 중개 역할을 해왔다.
작년엔 이란이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쌓은 영향으로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았다는 보도도 여럿 나왔다. 미국의 이란 제재 이후 중국과 정부·민간 협력이 크게 늘었고, 이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산세가 컸던 중국을 오가며 감염원 접촉을 한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작년 2월 이란은 중동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발표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최초 확진자는 중국과 이란을 오가던 무역업자였다. 그는 중국행 직행 노선이 끊기자 경유 노선을 통해 중국을 수차례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