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檢수사심의위 "수사 중단" 권고

입력 2021-03-26 21:47
수정 2021-03-27 12:00

검찰 외부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는 이날 오후 3시5분께부터 6시51분께까지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표결에 참여한 14명의 위원 중 8명이 수사 중단에 찬성했다. 수사심의위의 안건은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지와 관련해선 가부동수(각 7표)가 나와 부결됐다. 이날 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15명의 위원이 참석했지만, 그중 한 명은 ‘이해충돌’ 등의 이유로 기피돼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위원들은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검찰 외부 시민들로 구성됐다.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선 검찰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출석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기소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변호인 측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당초 30분씩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길어져 양측 공히 각각 1시간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질의응답, 위원 간 토론 등 절차를 거쳐 의결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은 이날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의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이날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과 ‘공소 제기’ 여부였지 ‘불기소 처분 여부’가 아니었다”며 “공소 제기 여부는 7인만 찬성한 만큼 과반수가 아니어서 공소 제기 안건도 부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과거 수사심의위 의견을 대다수 수용한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수사 중단 의견이 압도적이지 않아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데 부담이 덜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기속력이 없다. 지난해 6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심의위는 불기소를 의결했지만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