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진 지 10년 이하인 기업의 가치가 10억달러(1조원)에 달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아 붙여진 이름, 유니콘 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모든 젊은이의 꿈인 유니콘 기업은 세계적으로 500개 정도로 평가됩니다. 미국의 투자조사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미국 기업이 242개, 중국이 119개, 영국과 인도가 각각 24개, 독일 12개로 나타납니다. 한국은 11개로 세계 6위권이며 일본은 4개로 11위로 알려져 있죠.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모델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0월 집계해 발표한 국내 유니콘 기업은 13개로 CB인사이츠 통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쿠팡(전자상거래) △크래프톤(게임) △옐로모바일(모바일) △비바리퍼블리카(핀테크) △위메프(전자상거래) △무신사(전자상거래) △지피클럽(화장품) △엘앤피코스메틱(화장품) △에이프로젠(바이오) △야놀자(O2O서비스) △티몬(소셜커머스) △쏘카(차량공유) △기업명 비공개(도·소매업) 등입니다. 쿠팡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유니콘 기업에서 벗어나 ‘상장기업’이 됐죠. 또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나 배달의민족 운영업체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이 밖에 △펄어비스(게임) △더블유게임즈(게임) △잇츠한불(화장품) △CJ게임즈(게임) △기업명 비공개(엔터테인먼트) 등 상장이나 매각 등으로 기업가치 1조원 기록을 보유한 업체를 포함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은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기업가치 1000억원대의 ‘예비 유니콘 기업’도 235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죠.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면면은 짐작할 수 있듯이 대부분 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깊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이거나 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죠. 핀테크처럼 정보기술(IT)과 금융을 결합하는 등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만든 곳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비대면 문화를 앞당기며 관련 분야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촉진한 것이죠. 엔터테인먼트와 바이오 분야도 유니콘 기업을 길러낸 분야입니다. 다양한 업종의 미국 vs 온라인 위주인 중국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미국의 빅테크(정보기술 기반의 대기업) 업체들도 한때는 유니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위주인 한국 유니콘 기업에 비해 미국은 다양한 업종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합니다. 사업모델을 혁신적으로 개발한다면 기존 전통산업에서도 얼마든지 유니콘 기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죠. 미국 유니콘 기업 가운데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입니다. 민간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이 업체의 시장가치는 4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360억달러로 평가된 결제 처리 회사인 스트라이프, 177억달러로 평가받는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 무료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전자담배 제조업체 쥴랩스 등도 기업가치 상위권에 올라 있는 유니콘 기업입니다.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리프트,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음식배달 앱 도어대시, 이미지 공유 업체인 핀터레스트, 빅데이터 분석 업체 팰런티어, 커뮤니케이션 툴 업체 슬랙 등은 기업공개를 통해 유니콘 기업에서 상장기업으로 거듭났죠.
중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업종에서 유니콘 기업이 다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는 75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평가됩니다. 차량공유앱을 운영하는 디디추싱은 516억달러, 식료품 스타트업 메이카이는 7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중국 유니콘 기업은 알리바바(전자상거래), 텐센트(게임), 바이두(검색엔진), 징둥(이커머스), 메이투안(전자상거래) 등 과거 유니콘 기업이었다가 대기업 반열에 올라선 곳과 투자 유치 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들이 성장한 이후에는 다른 신생기업을 후원하는 등 유니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죠. 변화의 흐름을 잡아야전문가들은 앞으로 신에너지, 자율주행 및 전기·수소 자동차, 인공지능, 헬스케어, 온라인교육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은 3% 미만, 1조원 가치의 유니콘으로 우뚝 설 확률은 0.1%도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 흐름을 간파하고 혁신적인 기술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뿔 달린 말’을 잡는 일이 결코 상상은 아닐 것입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① 공유, 간편결제, 배송 등 소비자의 요구를 편리하고 빠르게 해결해주는 사업모델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상당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왜일까.
② 국내에서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③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다 ‘폭망’하는 스타트업도 많은데, 나라면 유니콘 기업을 키우기 위해 창업에 나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