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에즈에 발묶인 HMM 초대형선…삼성·LG '발동동'

입력 2021-03-26 07:00
수정 2021-03-26 08:57

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마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적선사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인근 해상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기업과 해운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작년말부터 시작된 해운대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류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장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해상 운임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희망봉 경유로 노선변경 검토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는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 해상에서 이틀째 대기 중이다. 이 배는 자동차, 기계류, 냉동 수산물 등을 적재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내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떠난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1호선 HMM 누리호'도 수에즈 운하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현재 이 배는 상하이 인근 해상을 지나고 있다. 전자제품, 화학제품, 기계류 등을 싣고 있다.

HMM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그단스크호와 누리호의 항로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이 1주일 이상 늦어지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희망봉을 돌아서 유럽으로 가게되면 약 9000㎞를 더 항해해야 한다. 소요 기간도 1주 더 걸린다.

누리호는 당초 다음달 중순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국내 수출기업들의 요청으로 투입시기를 한달 앞당긴 것이다. 국내 한 화학사 관계자는 "유럽 현지 공장에 원료와 부품 공급이 늦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수에즈 운하 복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항이 빠르게 재개된다고 해도 수일간 사고의 여파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들이 항구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역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고가 장기화될 경우 유럽노선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MM은 현재 아시아-유럽 노선에 2만4000TEU급 12척, 1만6000TEU급 1척을 투입하고 있다. 축구장 4개 크기인 2만4000TEU급은 수에즈 운하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규모의 선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하가 완전히 원상복구 되지 않으면 2만4000TEU급은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항 재개에 수주 걸릴 수도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 기준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정체된 선박은 185척에 달한다. 지난 23일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이집트 당국은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세워 다른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예인선을 보내 한쪽에선 끌어당기고 다른 한쪽은 밀고 있다. 하지만 사고 선박의 규모가 크고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이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FP통신은 최악의 경우 정상화까지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에즈 운하는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다. 지난해 기준 약 1만9000척, 하루 평균 51척이 운하를 통과했다.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수출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이집트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의료 업체 생산시설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된다.

국내 정유회사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에서 들여오는 브렌트유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원유재고가 넉넉한 데다, 브렌트유 수입 비중을 줄인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