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영자·ESG 전문가…다양해진 대기업 사외이사

입력 2021-03-25 17:42
수정 2021-03-26 15:29
국내에서 오랜 기간 대기업 사외이사 자리는 교수, 전직 관료, 법조인 등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시절, 구색을 맞추거나 연관된 부처의 관료들을 예우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역할이 커짐에 따라 여성, 기업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가 늘고 있다. 대기업 이사회가 거수기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23일 종가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비율은 31%에 달했다. 지난해 이 비율은 18%에 그쳤다.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시총 100위 기업의 평균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기업마다 여성 임원이 늘고 있고, 내년부터 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다른 기업의 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초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기업인 비율은 20%로 집계됐다. 교수(39%)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40대 벤처기업가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SK는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 네이버 등은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모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 비중을 높여 다양성을 확보하고 기업인과 ESG 전문가를 선임해 기업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원/고재연/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