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특수 콘크리트' 승부수 통했다

입력 2021-03-25 17:25
수정 2021-04-05 16:43

‘주 52시간 근로제, 사고·환경 규제 강화, 이상 한파, 소음 관련 민원….’

건설사들이 헤쳐나가야 할 공사 현장의 각종 리스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전국 레미콘 출하량 역시 2017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이다.

건설기초자재 선두인 삼표그룹은 이런 환경에 맞춘 특수 콘크리트 개발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공사 현장을 비롯해 현대건설, SK건설 등의 건설 현장에 잇따라 적용되면서 지난해 특수 콘크리트 판매량이 전년의 2.5배로 늘어났다. 이석홍 삼표산업 부사장은 “올해 판매 목표치는 지난해의 3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수 콘크리트 매출 급증올 들어 50인 이상 기업까지 주52시간 근로제가 확대 시행되자 삼표는 ‘빨리 굳는 콘크리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골조 공사 과정에선 거푸집을 설치한 뒤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레미콘)를 안에 붓는 타설 작업이 이뤄진다. 레미콘은 열을 내며 서서히 강도가 높아지는 ‘양생’ 과정을 거쳐 콘크리트로 굳어진다. 일반 레미콘은 2~3일의 양생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표의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스피드’는 18시간 만에 굳는다. 삼표에 따르면 일반 콘크리트를 이용해 아파트 1개 층 골조 공사를 마치는 데 보통 10일이 소요되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면 5일 이내로 단축된다.

영하권 날씨에선 레미콘이 굳지 않고 내부 수분만 얼기 때문에 레미콘 타설이 불가능하다. 역대급 한파를 기록한 지난겨울에도 삼표의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윈터’는 건설 현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얼지 않아 중단 없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공사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국내 유일한 제품이다.

소음은 도심지 건설 현장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대부분 소음에 대한 민원은 레미콘 타설 시 굉음을 내는 바이브레이터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바이브레이터는 레미콘 타설 시 내부 콘크리트 조직상 공기 기포가 남지 않도록 빈틈없이 눌러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삼표의 ‘블루콘 셀프’는 바이브레이터가 필요 없는 특수 콘크리트로 현장 소음을 20%가량 줄였다. 레미콘 타설 시 다지는 작업이 필요 없어 인건비도 절감된다. 복잡하고 정밀한 구조의 건물일수록 활용도가 높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상당량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판매 목표 지난해의 3배”삼표는 블루콘 스피드·윈터·셀프 등 특수 콘크리트와 관련해 5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삼표가 지난해 최초로 상업화한 제품들이다. 이 밖에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의 잦은 균열 문제를 해결한 특수 콘크리트 ‘블루콘 플로어’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의 10배를 넘었다.

삼표가 특수 콘크리트 개발에 나선 건 건설 경기 하락을 비롯해 운송차주 파업에 따른 운반비 증가,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갈수록 쌓이면서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특수 콘크리트 기술 개발에 지난 5년간 1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이 부사장은 “올해 특수 콘크리트 관련 예상 매출은 수백억원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천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