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제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유저는 20만8000달러(약 2억원)를 내고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 장면에 대한 소유권을 샀다. 사진과 비디오 등 온라인 콘텐츠를 소유한 사람을 명시할 수 있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로 발행된 디지털 자산을 산 것이다.
온라인 콘텐츠를 복제할 수 없는 ‘진품’으로 거래하는 NFT 시장이 커지고 있다. NFT는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모든 1만원짜리 지폐의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교환할 수 있는 기존의 화폐 개념과 다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NFT는 토큰 1개의 가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술작품이나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저장하고 거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로 자산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복제,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NFT 자산 규모는 2년 새 8배 증가했다. 넌펀저블닷컴이 지난 2월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NFT 시장 규모는 4096만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 3억3803만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고가에 낙찰되는 NFT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작성한 ‘최초의 트윗’에 대한 소유권은 NFT 경매를 통해 약 33억원에 낙찰됐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분 분량의 음성 게시물을 NFT로 팔겠다고 밝혔다가 경매가가 12억원까지 치솟자 판매를 철회했다.
증권업계는 NFT를 이용해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연구원은 “실물로 수집해야 했던 예술작품을 디지털화된 형태로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며 “미술관과 화랑이라는 1차 시장에 국한될 필요 없이 디지털 공간으로까지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 약 78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5000개 이상의 JPEG 그림파일을 모은 디지털 이미지다.
원작자의 수익 창출도 더 쉬워진다. 디지털 작품이 NFT로 거래될 때마다 처음 제작자에게 수수료가 가도록 NFT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NFT 기술로 확실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든 경우도 있다. NBA 경기 장면의 NFT를 파는 ‘NBA 톱샷’은 35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와 10만 명 이상의 구매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하루 3700만달러에 달한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의 전 경매사인 찰스 알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구매한다는 문화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 데이비드 제러드 역시 NFT 판매자를 ‘사기꾼’이라 칭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으면서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자산을 발명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