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무실을 바꾼 '허먼밀러'…인체공학 의자로 재택근무 효율 높이다

입력 2021-03-25 17:12
수정 2021-03-26 02:39

코로나19 확산 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집은 홈오피스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식탁과 노트북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기간이 지속되면서 업무와 학습의 효율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매우 절실해졌다.

소셜 빅데이터상에서 미국 가구 브랜드 ‘허먼밀러(Herman Miller)’에 대한 언급량이 1년 전에 비해 5.6배 증가했다는 리포트(생활관측연구소)도 주목할 만하다. ‘허먼밀러=사무용 의자의 끝판왕’이라는 브랜드 평판의 결과다.

허먼밀러는 지난 회에 소개한 놀과 함께 미국 모더니즘을 이끈 대표적 가구회사다. 장식적 가구가 넘쳐나던 시대에 유럽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기능적이고 합리적 디자인으로 가구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 1923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스타퍼니처라는 가구 회사에서 일하던 더크 잔 드프리는 그의 장인 허먼 밀러의 경제적 지원으로 회사를 인수했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명을 장인의 이름을 따 허먼밀러로 바꾼 것이 그 시작이다.

허먼밀러의 전성기는 1945년 유럽 유학파 건축가인 조지 넬슨을 아트 디렉터로 영입하면서부터다. 이후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 이사무 노구치 같은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합류해 미국식 모더니즘을 본격적으로 전파하게 된다. 조지 넬슨을 비롯해 허먼밀러와 손잡은 디자이너들은 1950~1960년대에 걸쳐 무수히 많은 의자와 조명을 디자인했고, 이는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이 돼 뉴욕 현대미술관과 세계적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특히 허먼밀러는 오늘날 사무환경의 기본이 된 가구를 보급하며 미국의 기업 풍경을 바꾼 회사로 명성이 높다. 모든 직원에게 같은 의자와 책상을 나눠주는 문화, 밝은 컬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칸막이, 용도에 따라 조립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를 주도한 디자이너 역시 조지 넬슨이다. 그가 디자인한 사무가구는 기업의 사무 환경을 바꿨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사무실 풍경이 전 세계로 전파되며 허먼밀러식 가구가 전후 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

1994년에 생산한 에어론 체어(Aeron Chair·사진)는 정형외과 의사와 혈관학 전문가까지 동원한 과학의 산물로, 최근 허먼밀러를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올려놓은 사무용 의자의 결정판이다. 정교한 충격 완화 장치가 척추와 근육에 가하는 힘을 최소화한다. 좌석과 등받이에 사용한 그물형 소재는 체중을 좌판과 등받이에 골고루 분산시켜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하고 쾌적하다.

허먼밀러는 사무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사무 공간에서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줄 의자를 필두로 홈오피스에 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구선숙 <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