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나래' 결국 폐지…잘 나가던 박나래의 불명예 [종합]

입력 2021-03-25 15:55
수정 2021-03-26 18:16

개그우먼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하차를 결정했지만 '헤이나래'는 결국 폐지된다.

25일 박나래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헤이나래'에서 하차 하기로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박나래는 소속사를 통해 "'헤이나래'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 캐릭터 설정, 소품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표현 방법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공식 입장이 늦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제작진과 회의가 길어지며 입장 표명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청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고민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반성했다.

박나래와 함께 '헤이나래'에 출연한 헤이지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미스런 영상에 대해 출연자로서 기분이 상하셨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어린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로서 시청해주시는 팬들과 모든 분들이 불편하게 느끼실 영상에 출연했다. 제가 좀 더 신중하게 체크했어야 했는데 조심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튜디오 와플 측은 결국 콘텐츠 폐지를 결정했다. 이날 유튜브 커뮤니티에 "제작진의 무리한 욕심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큰 잘못을 통감하고 이에 책임을 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제작된 콘텐츠임에도 영상 중 특정 장면 및 자막이 과도한 성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었다"며 "편집 및 검수 과정에서 해당 내용들이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상을 발행했다"고 말했다.


'헤이나래'는 CJ ENM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에서 기획, 제작한 콘텐츠다. 19금 개그로 정평이 나있는 박나래와 어린이 대통령 헤이지니(본명 강혜진)가 만들어가는 동심 강제 주입 리얼리티 예능이다.

2화에서 박나래, 헤이지니는 속옷만 입은 남자인형 '암스트롱맨'을 소개했다. 박나래는 "요즘 애들 되바라졌다"면서 인형을 살피곤 "너무 뒤가 T", "그것까지 있는줄 알았다"등의 인형 신체를 묘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인형의 손으로 신체 주요부위를 가렸고, 제작진은 이를 '(조신) K-매너'라고 자막을 썼다. 길게 늘어나는 팔을 테스트하던 박나래는 인형의 사타구니 쪽으로 팔을 밀어넣었고 헤이지니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방금 25금 아니에요?"라는 자막이 게재됐다.

제작진은 여기에 '39금 못된 손', '수위조절 대실패'라고 섬네일을 제작해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헤이나래' 제작진은 "과한 연출과 캐릭터 설정으로 출연자분들께 피해를 드린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다시 한번 헤이나래를 시청해주시는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박나래 측이 직접 입을 열지 않자 박나래에 대한 비난이 쏠렸다. 네티즌들은 "박나래가 남자였다면 연예계 퇴출이었다"는 등 반응을 보이며 지적했다.

박나래는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장도연과 함께 패션 넘버 5 등 코너에서 활약했다. 2017년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나 혼자 산다'에 투입돼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고, '구해줘 홈즈' 등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대표적인 여자 개그우먼으로 발돋움 했다. 2019년 3수 끝에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 나가던 박나래는 성희롱 논란으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19금', '마라맛', '공중파에선 담기 힘든' 개그를 표방하던 박나래는 '헤이나래' 성희롱 사건으로 성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한 선 넘는 개그스타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방증하는 꼴이 됐다.

다음은 박나래 측 공식입장 전문.
박나래씨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입니다.

우선 박나래 씨의 공식 입장이 늦은것에 대해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제작진과의 회의가 계속 길어지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지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웹예능 <헤이나래>의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소품들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또한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시청한 분들께 불편함을 드린 것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 말씀 드립니다.

<헤이나래> 프로그램에서는 하차를 하기로 제작진과 논의를 마쳤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 전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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