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직원들의 보호예수 해제 이슈와 대형 투자자들의 지분 매도 가능성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증권업계는 쿠팡이 고평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향후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쿠팡은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 거래일 대비 0.21% 내린 43.70달러에 장을 마쳤다. 상장 첫날 종가(49.25달러)보다 12% 떨어진 수준이다. 100조원을 넘던 시총도 8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쿠팡 직원들의 보호예수 해제 이슈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배경이다. 쿠팡은 지난 18일 일부 직원들의 주식 조기 매각 제한이 해제된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3400만주로 전체 임직원 스톡옵션(6570만주)의 절반에 달한다. 대형 투자자들의 매도 가능성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은 상장 당시 3개월간의 보호예수 기간을 뒀다. 그러나 상장 12거래일 이후 주가가 공모가의 33%(46.55달러)를 웃돌면 대형 투자자들이 지분 일부를 매도할 수 있다는 보호예수 예외조항을 달았다. 증권사들은 쿠팡의 매출 등 실적과 비교했을 때 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종 내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이 1.5배에 달했다는 사실은 글로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총 거래금액(GMV) 기준 0.5배를 인정받고 있는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이마트 주식도 매출 기준 4배에 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쿠팡 가치에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성이 크게 반영돼 있다"며 "예측 가능한 범위 내 쿠팡의 적정 영업가치는 542억달러(61조5000억원)로 추정된다"라고 진단했다. 현재 영업가치는 84조9976억원으로, 과대평가 됐다는 의미다.
향후 실적에 대한 의구심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쿠팡은 경쟁사 대비 거대한 물류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선두 사업자 위치를 유지하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면서도 "쿠팡의 실적은 아무것도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의 사업가치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절대적 시장점유율에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통해 막대한 고객 트래픽이 확보되면 이들 고객을 기반으로 펼칠 수 있는 수많은 사업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아직 13%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동 한경닷컴 기자 n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