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에서 뛰는 문경준(38)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평생 한 번 하기 힘들다는 파4홀 홀인원을 기록했다.
문경준은 25일(한국시간)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CC(파71)에서 열린 케냐 사바나 클래식(총상금 100만유로) 대회 2라운드 7번홀(파4)에서 티샷을 그대로 홀 안에 넣었다. 알바트로스 또는 더블 이글로 불리는 행운의 샷으로 그는 이 홀에서만 3타를 줄였다. 보기를 기록한 전날보다 4타를 더 아낀 셈이다.
문경준은 343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았다. 클럽 헤드를 떠난 공은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굴러서 그린 위로 올라가더니 홀 안으로 사라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따르면 ‘파4 홀인원’이 나올 확률은 약 600만분의 1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814만5060분의 1)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유러피언투어에서 파4 홀인원이 나온 건 2015년 아프라시아뱅크 모리셔스오픈에서 하비에르 코로모(37·스페인)가 기록한 이후 5년 만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장하나(29)와 호주동포 이민지(25)가 한 번씩 달성한 게 전부다. PGA투어에선 앤드루 맥기(59·미국)가 2001년 피닉스오픈에서 기록한 게 유일하다.
문경준은 “짧은 파4홀인 만큼 그린을 보고 드라이버 샷을 했는데 똑바로 날아갔다”며 “공이 홀에 들어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린 주변에 가서야 관계자들이 전해줘 홀인원한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경준은 엄청난 행운을 안고도 커트 통과에 실패해 유럽 투어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날 3오버파 74타를 적어낸 그는 1, 2라운드 합계 4오버파 146타를 기록해 일찍 짐을 쌌다. 커트 통과 기준(4언더파)에 8타가 부족했다. 올 시즌 세 대회에서 기록한 두 번째 예선 탈락이다.
문경준은 이 대회를 끝으로 귀국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1시즌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귀국 전 마지막 대회에서 예선 탈락한 건 아쉽지만 파4 홀인원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며 “이 홀인원이 올해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