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장수명 주택으로 지어야"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1-03-26 08:45
수정 2021-04-07 10:47
3기신도시를 비롯해 작년 8·4 부동산대책과 올해 2·4 부동산대책에 의하면 약 200만호의 새로운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1기 신도시는 준공후 30년이 되어 조만간 대규모 재건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개포동과는 다르게 고밀개발이 돼 재건축할 때 비례율이 8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개별 분담금이 높아 사업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단지도 많은데, 국내 아파트의 경우는 리모델링도 어려운 벽식구조로 대부분 설계됐습니다. 개별 분담금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이를 줄이고자 수직증축이나 수평증축을 고려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집콕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문제가 최근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벽식구조가 원래 층간소음에도 약한 구조여서 이런 문제들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벽식구조 아파트를 1, 2기 신도시에 지었을까요? 한국전쟁 이후 국내의 주거지는 대부분 파괴되고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서울도심의 난개발이 심해 1기, 2기 신도시가 계획됐고, 당시에는 아주 빠르게 건설될 수 있는 벽식구조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공사비도 약간 저렴하고 공기가 짧으니 산업화에 따른 주택부족을 이런 벽식구조 아파트 위주인 신도시로 해결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 서울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은 물론 1기신도시 등의 재건축이 쉽지 않습니다. 일단 조합이 설립돼 주민들과 협력을 해야 하는데, 고령층이나 연금을 받는 세대들은 추가비용이 부담되어 반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비대위가 생기고 조합과의 마찰로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새로 빠른 속도로 지어질 200만호는 또다시 30년뒤 대규모 재건축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80년에서 100년 이상의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우리하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리모델링이 쉽고 낡은 배관을 쉽게 수리할 수 있는 라멘식 구조(기둥과 보로 구성된 건축물)로 대부분 건설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건설 기술력이 이런 라멘구조 아파트를 못 짓는 것일까요? 세계 최고층인 두바이 버즈 칼리파(Burj Khalifa )빌딩을 건설하고,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인 싱가포르 마리나샌즈베이호텔(Marina Bay Sands Hotel)을 짓는데 말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장수명 아파트에 대한 실증연구를 마쳤습니다. 세종시에 이런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된 '세종 블루시티'에 2019년 9월25일에 입주를 마쳤습니다. 민간이 공사를 해도 충분히 계획, 설계 및 공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국토부에서는 장수명 주택이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에 대해 충분히 검증됐고, 성능등급 인증까지 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100년이상을 갈 수 있는 장수명 아파트의 공사비는 얼마나 더 들어갈까요? 국토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비장수명 주택대비 3~6% 정도 공사비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40년마다 재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년 동안 오히려 생애주기비용이 11~18% 절약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온실가스배출은 17% 줄고, 건설폐기물은 약 85%나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재건축을 위해 아파트를 철거하면 그 건설폐기물은 어디로 갈까요?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 모두 재건축을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건설폐기물이 나오게 될까요? 천년을 내다보고 건축물을 지은 런던이나 파리는 오히려 멋진 건축물이 넘쳐나서 대다수 국민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지 않나요?

우리도 이제는 200만가구 건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아파트, 빌라는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공공주도로 개발을 하는 경우 미리 설계에 반영하면 되고, 택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건설회사에 공급할 때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아파트를 제안한 회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리고 100년 이상 리모델링을 쉽게 할 수 있고, 외관 디자인도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설계를 하도록 유도하고, 층간소음 줄이는 문제, 그리고 4차산업혁명시대에 꼭 필요한 스마트홈은 물론 2025년부터 상용화 예정인 '드론택시' 정류장의 옥상 배치 등을 모두 포함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30년뒤에 또다시 재건축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기술로도 충분한데, 분양가 조금 더 오른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형 주택건설을 해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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