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이 이어져 있다. 하얗고 부드러운 배경을 뚫고 바위들이 솟아올랐다. 안개에 싸인 산봉우리들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사진가 조득환이 강원 삼척 해변의 바위들과 그 주변의 파도를 촬영한 ‘시간의 숲’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오늘 같은 날이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젖어 살아간다. 삶이 팍팍한 사람들은 새로운 내일이 오지 않는다고 힘들어하고,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은 현재의 시간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내고 있는 현재는 저 바위와 파도의 세월에 비하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파도는 수억 년 동안 저 바위에 부딪치고 부서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해 지금의 저 신비한 형상을 빚어낸 것이다.
작가는 바다를 보며 시간의 무거움과 인생의 덧없음을 절감했고 그런 마음을 이렇게 작품으로 담아냈다. 파도의 움직임을 긴 노출로 촬영해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시간의 신비함을 드러냈다. 하얗게 변한 파도와 짙은 바위가 수묵화 같은 담백함을 보여준다.
조씨의 작품들은 대전 작은창큰풍경 갤러리에서 4월 2일부터 30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