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탄핵심판 시작…헌재 "빨리 끝낼 것"

입력 2021-03-24 16:50
수정 2021-03-24 16:55


헌정사상 법관에 대한 첫 탄핵심판인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 절차가 24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측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징계를 받았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탄핵소추되는 것은 부적법하다며 탄핵심판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첫 변론 준비기일을 열었다. 이영진·이석태·이미선 헌법재판관 등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오후 2시부터 준비기일을 시작해 한 시간 가량 진행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속행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주장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가급적이면 빨리 하자는 것이 우리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전 부장판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에서 임 전 부장판사 측(피청구인)은 "징계 처분 이후의 탄핵소추는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임으로 탄핵심판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한번 확정된 판결에 대해선 다시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법관징계법상 받았던 징계와 동일한 이유로 탄핵소추되는 것은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며, 이미 법관 임기만료로 탄핵소추 심판청구일 또한 소멸해 탄핵심판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2018년 10월 '견책'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다.

이에 대해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지시·간섭의 취지가 아니라 수석부장으로서 담당 판사에게 한번 더 판단해보면 어떻겠냐, 주변 사람과 의논해보면 어떻겠냐는 취지였다"며 "선배 법관으로서의 의견을 담당 판사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청구인(국회)이 제출한 탄핵소추 의견서에서 국민주권주의나 적법원칙에 비춰봤을때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을 어떻게 위배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 대리인은 "탄핵소추대상이 된 사실 관계가 헌법이나 법률에 어떤 조항을 어떻게 위반했는지에 관해 탄핵소추 의견서에는 제가 보기에도 충분하게 개진됐다고는 좀 보기 어렵다"며 "각 개별 범죄사실 별로 헌법이나 법률조항 중 어느 부분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심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아직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헌재에서 나온 심문 내용이 형사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대리인은 준비기일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이 재판은 오래 끌 문제가 아니다.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해당 결과가 이번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준비기일은 이날 하루로 종결된 만큼 다음 정식 기일부터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은 "본 심판이 열리면 (임 전 부장판사가) 출석을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사법권 독립의 전체 내용이 뭔지, 사법부 구성원이 사법권 행사를 함에 있어서 어떤 행위는 해야하고 어떤 행위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관해 헌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헌재에서 고심하고 신중한 심리를 통해 가장 헌법 가치적인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