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들은 작년 그룹사들 가운데서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포트폴리오가 2차전지, 배터리, 바이오에 집중돼 있어 성장주 랠리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급락세다. 개미들 사이에는 “탈출 기회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4일 SK케미칼은 2.38% 내린 26만7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최고점인 46만2500원(2월3일)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SK바이오팜은 연초 16만500원이었던 주가가 10만65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1만7000원까지 올랐던 SK이노베이션은 20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신재생 에너지주로 주목받았던 SK디앤디도 연초대비 25% 하락했다.
지주사인 SK(주)도 직격탄을 받았다. 1월말 35만원이었던 주가가 24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13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최고점(19만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룹사 주가를 지탱하던 SK하이닉스도 하락세다. 이밖에 SK머티리얼즈, SK텔레콤, SK디스커버리 등의 주가도 정체 상태다.
SK그룹주들이 하락한 이유는 시장상황과 개별 악재가 겹친 결과다. SK케미칼은 위탁생산(CMO) 계약을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안정성 문제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이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3사중 폭스바겐 수주잔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오르면서 성장주 자체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도 있다. SK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2차전지, 바이오, 수소 등은 성장주에 속한 대표적 업종이다. 작년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하락폭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올해 더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SK케미칼의 경우 작년 상승률이 500%가 넘는다.
이런 SK그룹주를 사들인 것은 개미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낙폭이 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이후 SK이노베이션을 1조20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기간 SK바이오팜 1조555억원, SK(주) 2347억원, SK케미칼 1224억원을 사들였다. 이밖에 SK하이닉스(1조3462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2286억원) 등도 매수했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6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수준이다. SK(주)는 1분기 영업이익이 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주사 특성상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케미칼은 1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반영된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4620억원으로 작년 대비 29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 대비 두배 높은 55만원이다. SK디앤디는 올해 영업이익이 1112억원으로 10.3%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재생 업체로서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