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품 나보타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약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판결 여파다. 여기에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에 지불해야 할 나보타 매출에 따른 로열티 등도 추가로 지원키로 하는 등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보게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볼루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웅제약과 체결한 새 협약을 공개했다. 새 협약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ITC 판결과 지난달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에볼루스 간 3자 합의 계약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협약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15일 이내에 2550만 달러(약 288억원)를 현금으로 에볼루스에 지급키로 했다. 여기에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에 나보타 판매로 지급해야 할 단계별 기술 이전료(마일스톤)를 최대 1050만달러(약 120억원)까지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 두 합의 사항 만으로 대웅제약은 400억원 정도의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다. 업계에선 이 비용 마련을 위해 지난 18일 대웅이 대웅제약의 자사주 30만6513주(약 400억원)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또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엘러간에 지불해야 할 나보타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도 일부 내기로 했다.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에게 넘기기로 한 나보타 판권은 기존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에서 러시아, 구 소련 독립국가 연합(CIS),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등이 추가됐다.
업계에선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와 이 같은 내용의 자금 지원을 하기로 한 이유는 양사가 기술이전 과정에서 맺은 손해배상 조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SEC 홈페이지에 공개된 두 회사 간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고의적인 위법 행위 또는 중대한 과실이나 태만 행위가 있을 경우 에볼루스와 그 임직원, 대리인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ITC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이 사실로 밝혀진 뒤 이 조항에 따라 대웅제약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 도용 문제로 한국 또는 해외에서 나보타 판매에 차질이 생기면 그 손실을 대웅제약이 물어야 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협약에서 에볼루스는 향후 ITC 판결과 메디톡스와의 소송 등에 대한 손실이나 손해배상을 면책키로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