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3번째 유전자(DNA) 검사마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석씨의 유전자 검사를 3차례 국과수에 의뢰해 모두 석씨가 친모라는 결과를 받았다.
특히 이달 중순 실시한 3번째 유전자 검사는 석씨 제안에 따라 실시했다. 석씨는 당시 경찰에 "내 동의를 받고 다시 유전자 검사를 해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시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3번째 유전자 검사에서도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결과가 나오자 석씨는 "믿을 수 없다"며 끝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는 "국과수의 유전자 검사 정확도를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그 결과를 끝까지 부인했다"며 "범죄를 부인하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석씨는 출산이 임박한 시점이었던 2018년 자신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출산 준비', '셀프 출산'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경찰은 석씨가 출산 추정 시기인 2018년 1~3월 평소 입었던 옷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고 다녔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또 석씨가 출산 이후 온라인으로 육아용품을 다수 주문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경찰은 비슷한 시기 석씨의 딸 김모씨(22)도 여아를 낳은 만큼, 관련 사실을 '출산 증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DNA 검사 결과에 이어 정황 증거도 다수 발견됐지만 석씨는 여전히 출산 사실을 부인 중이다.
결국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석씨와 그의 딸 김씨, 전 사위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재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의 DNA 검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석씨가 끝까지 출산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경찰은 피해 아동의 친부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택배기사를 포함해 석씨의 주변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또 석씨의 임신과 출산을 확인하기 위해 170여군데의 산부인과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석씨가 비급여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경찰은 석씨가 2018년 1~3월 숨진 여아를 출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 이전에 타인 명의로 진료했을 가능성까지 염두를 해두고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석씨 주변인을 상대로 3~5년 전 석씨와 사귄 남성을 탐문하고 있다.
경찰은 이외에도 여성 상담소 450여곳을 돌며 과거 상담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석씨 가족 등 주변인물이 출산과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