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친모, '셀프 출산' 검색하고 평소보다 큰 옷 샀다

입력 2021-03-24 09:44
수정 2021-03-24 10:01

경북 구미의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셀프 출산' 등의 단어를 검색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석씨는 출산이 임박한 시점이었던 2018년 자신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출산 준비', '셀프 출산'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경찰은 석씨가 출산 추정 시기인 2018년 1~3월 평소 입었던 옷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고 다녔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또 석씨가 출산 이후 온라인으로 육아용품을 다수 주문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경찰은 비슷한 시기 석씨의 딸 김모씨(22)도 여아를 낳은 만큼, 관련 사실을 '출산 증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DNA 검사 결과에 이어 정황 증거도 다수 발견됐지만 석씨는 여전히 출산 사실을 부인 중이다.

결국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석씨와 그의 딸 김씨, 전 사위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재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의 DNA 검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세 사람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지난 22일 국과수로 보냈다.

여러 차례 DNA 검사를 반복한 결과 모두 석씨가 친모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석씨는 수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줄곧 출산 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석씨뿐 아니라 딸인 김씨와 전 사위 역시 숨진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의 남편 김모씨도 지난 20일과 21일 방송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해 "아내가 3년 전(경찰이 주장하는 출산 시점)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전 아내 석씨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집사람은 절대로 출산하지 않았다.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석씨의 또 다른 딸 역시 방송에 출연해 석씨의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이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DNA 검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어 재검사가 이뤄진 것이다.

석씨가 끝까지 출산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경찰은 피해 아동의 친부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택배기사를 포함해 석씨의 주변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또 석씨의 임신과 출산을 확인하기 위해 170여군데의 산부인과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석씨가 비급여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경찰은 석씨가 2018년 1~3월 숨진 여아를 출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 이전에 타인 명의로 진료했을 가능성까지 염두를 해두고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석씨 주변인을 상대로 3~5년 전 석씨와 사귄 남성을 탐문하고 있다.

경찰은 이외에도 여성 상담소 450여곳을 돌며 과거 상담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석씨 가족 등 주변인물이 출산과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아울러 석씨 가족 명의의 휴대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있는 아이 사진을 모두 확보해 시간대별로 정리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김씨의 아이가 사라진 시점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여아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딸 김씨를, 김씨의 아이를 약취한 혐의로 석모씨를 각각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석씨가 사라진 아이 행방에 대해 끝까지 함구할 경우 미성년자 약취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