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네이버 첫 외화채권 발행 성공…한국 간판기업으로 ‘우뚝’

입력 2021-03-23 10:00
≪이 기사는 03월23일(09: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창사 후 첫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모집액의 6배가 넘는 투자수요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이 하나 더 늘었다는 평가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5년 만기 달러화 지속가능채권 5억달러(약 56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해외 기관투자가 130여곳이 33억달러(약 3조7200억원)의 매수주문을 쏟아냈다. 지속가능채권은 발행 목적이 환경이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로 제한된 채권이다. 모건스탠리와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채권 발행주관을 맡았다.



네이버는 대규모 투자수요가 몰린 데 힘입어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첫 외화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이번 채권 발행금리는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0.68%포인트 높은 연 1.54% 수준으로 결정됐다. 당초 희망금리 대비 0.22%포인트 낮다. 이 회사와 글로벌 신용등급(A-)이 같은 KT의 회사채가 현재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때 붙는 가산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이 처음 발행하는 채권엔 신용도 대비 더 높은 가산금리가 얹어지는 것이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화려하게 글로벌 채권시장에 데뷔했다는 평가다.

해외 기관들은 네이버의 탄탄한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적극적으로 투자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플랫폼기업으로 쇼핑, 콘텐츠, 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하루 평균 네이버 이용자 수는 약 3000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60%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조3041억원, 영업이익 1조2153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올 들어서도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업체 미국 왓패드 인수(6600억원)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비엔엑스 지분 49% 매입(4118억원), 지분 교환을 통한 이마트·신세계인터내셔널 주식 취득(2500억원)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공격적인 투자에도 양호한 재무상태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우량기업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06%,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은 0.5배에 그친다. 빚보다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일반기업(공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네이버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AA-)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한국 간판기업 중 한 곳임을 인정받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성공적인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네이버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한국 테크업종의 벤치마크(기준지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