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신제윤·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 기재부 정통 경제관료들이 줄줄이 재계로 진출하고 있다. 정재계에 포진한 이들의 거미줄 인맥과 정책·예산기획 역량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재부 출신 관료를 사내·외이사와 감사 등으로 선임한 기업이 GS CJ대한통운 삼성증권 SKC 일동홀딩스 등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종룡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행정고시 24회인 임 전 위원장은 기재부 1차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쳤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에는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되기도 했다.
주형환 전 장관은 지난 18일 호텔신라, 22일에는 현대미포조선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선임됐다. 행시 26회인 주 전 장관은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1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거쳤다. SKC도 행시 26회로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을 거친 이석준 전 실장을 선임한다.
일동홀딩스는 오는 26일 최상목 농협대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최 총장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공직에 발을 디뎌 기재부 경제정책국장과 1차관을 지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오로라 31일 행시 24회로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휴스틸은 행시 31회로 기재부 정책기획관과 조세총괄정책관을 한명진 전 방위사업청 차장을 오는 31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GS는 29일 현오석 전 부총리(행시 14회)를, HDC는 25일 신제윤 전 위원장(행시 24회)을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회사 사내이사로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코스피 상장사인 섬유업체 방림은 지난해 12월에 총괄사업본부장을 맡은 임상준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임 전무는 행시 40회로 기재부에서 기획재정담당관 등을 거쳤고 지난 2019년 7월 방림에 입사했다. 그는 방림의 최대주주인 서재희 회장의 사위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임원으로 영입하고 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들을 경제 정책의 ‘방패막이’나 로비 창구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