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레스 때 양팔·어깨 삼각형 만들고…아이언샷은 '1시'로 때려라

입력 2021-03-23 15:15
수정 2021-04-21 00:02

골프를 레저보다는 스포츠로 대하는 ‘시리어스 골퍼’들이 늘어났다. 골프 연습장들이 최근 만석일 정도다. ‘만년 명랑 골퍼’에서 탈출하기 위한 골퍼들의 의지가 묻어난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앞두고 연습장에서 따라 해 볼 법한 투어 프로들의 리얼 레슨을 모아봤다.

201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데뷔한 임성재(23·사진)는 어느덧 3년 차다. ‘한국 골프의 간판’으로 떠오른 임성재는 스윙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 가지 동작만은 처음과 같이 고수한다. 어드레스 때 양팔과 어깨가 만드는 ‘삼각형’ 공간을 백스윙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임성재는 “양팔의 삼각형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천천히 백스윙을 하면 자연스럽게 어깨 회전이 되고 몸통에 꼬임이 생긴다”며 “어드레스할 때 만들어진 삼각형을 유지하고 스윙을 하면 몸통을 사용하게 돼 샷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몸통 스윙’을 하기 때문에 티잉 에어리어에서 자신의 최대 비거리를 끌어낸다. 임성재는 이를 위해 연습 스윙을 할 때마다 곁눈질로 양팔과 어깨 사이의 삼각형 모양이 잘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삼각형 모양의 빈 공간만 잘 유지해도 손을 쓰는 스윙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성재는 “손을 쓰는 스윙을 하게 되면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일정하게 보내기 어렵다”며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몸과 손이 따로 움직이는 스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하나(29)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아이언 샷으로 항상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다. 수많은 사람이 아이언 샷 비결을 물어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타깃 방향이 12시라고 가정했을 때 임팩트 후 1시 방향으로 클럽을 뿌린다고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이른바 ‘1시로 때리기’는 아마추어의 고질병인 훅과 슬라이스를 모두 고칠 수 있는 연습법이라는 게 장하나의 설명이다. 그는 “임팩트 후에도 왼손등 방향이 어느 순간까지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왼손을 빨리 몸쪽으로 닫으면 훅 샷이 날 수밖에 없는데, 1시 방향으로 공을 보내려다 보면 자연스레 왼손이 닫히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했다.

1시 방향으로 클럽을 보내려다 보면 이상적인 드로 구질이 나오는 ‘인-아웃’ 궤도의 스윙도 구사할 수 있다. 오른 어깨가 공이 있는 쪽으로 덤벼드는 ‘엎어치기’ 동작도 방지한다. 장하나는 “스윙 궤도를 고치면 (슬라이스 구질 때문에) 잃어버린 비거리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남자 프로골퍼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웨지샷을 구사하기로 유명한 최진호(37)는 웨지샷을 앞두고 가장 조심해야 할 동작으로 ‘핸드퍼스트’를 꼽았다. 핸드퍼스트는 왼손이 앞으로 나가(오른손잡이 기준) 손목이 꺾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진호는 “그린 주변에서 뒤땅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을 오른발 쪽에 두고 핸드퍼스트를 하며 스윙하는 골퍼들이 많다”며 “뒤땅이 두려울수록 공의 위치가 점점 더 오른발 쪽으로 이동하는데, 제대로 된 웨지샷을 하기 어려운 셋업”이라고 지적했다.

손목을 쓰고 공 위치가 올바르지 않으면 웨지가 가진 고유의 각을 쓰기 힘들다. 최진호는 “왼손목을 꺾는 순간 클럽헤드가 세워지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 맞아도 토핑 샷이나 섕크 실수가 나온다”고 했다.

뒤땅이 두려울수록 공의 위치는 양발 가운데로 이동시켜야 한다. 핸드퍼스트 동작을 방지하고 클럽이 가진 고유의 각을 이용해 공을 띄울 수 있어서다. 최진호는 “웨지샷도 다른 아이언 샷과 마찬가지로 손목이 아니라 몸의 회전으로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휘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PGA투어를 대표하는 ‘쇼트게임의 귀재’인 재미동포 케빈 나(38)는 항상 “긴 퍼트가 짧은 퍼트보다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정확히는 공이 빗나가도 홀을 1피트(30.48㎝) 지나갈 정도의 세기로 치라고 조언한다. 그는 “스트로크 세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잘 치고도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홀 주변의 높낮이가 고르지 않아서다.

그는 “프로 경기를 보면 공이 홀로 잘 향하다가 갑자기 다른 입구에서 다른 방향으로 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선수와 캐디가 그린에서 가장 많이 발을 딛는 곳이 홀 주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홀 주위는 항상 공을 집으려는 선수들의 발자국으로 눌려 있지만 실제로는 홀이 산봉우리처럼 솟아 있다”며 “이 때문에 공이 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 흐를 수밖에 없다. 항상 홀에서 30㎝ 정도 지나가게 친다고 의식하면 공이 갑자기 휘는 어이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